양현종은 지난 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 야구 대표 좌완 투수인 그는 지난 2월 메이저리그(MLB) 구단 텍사스와 스플릿 계약(MLB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조건이 다른 계약),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그러나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했다. 12경기(35⅓이닝) 등판에 그쳤고, 승리 없이 3패·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다. 두 차례나 양도지명됐다.
관심은 양현종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 양현종은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국내 무대 복귀가 유력하다. 양현종은 귀국 인터뷰에서 "KBO리그는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10구단 선수나 관계자분들에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유력한 행선지는 KIA다. 양현종이 2007년 입단해 14년 동안 뛴 팀이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친정팀'을 향한 애정을 자주 드러냈다.
KIA는 신중한 모습이다. 조계현 KIA 단장은 "선택권은 선수가 갖고 있다. 협상이 시작되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양현종이 현재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추상적인 접근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원소속구단(KIA) 외 다른 구단이 양현종과 계약하면 그의 직전 연도(2020시즌) 연봉의 200% 또는 연봉 100%와 보호 선수 명단 외 1명을 KIA에 내줘야 한다. 양현종의 2020시즌 연봉은 23억원이다. 최대 46억원의 보상금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양현종의 연봉도 더해야 한다. 사실상 KIA의 단독 협상 구도로 보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조계현 단장은 "이 부분도 추상적이다. FA 협상은 비즈니스다. 우리 구단 사정만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KIA는 일단 양현종과 대화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말을 아끼며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태세로 돌입했다.
양현종은 이미 KIA의 '리빙 레전드'다. KBO리그 통산 147승을 기록한 양현종은 6승만 더하면 이강철 KT 감독이 선수 시절 세운 타이거즈 통산 최다승(152승)을 넘어설 수 있다. 승수 추가 때마다 새 역사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팬들의 관심은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선수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도 있다. 선수 예우와 합리적인 협상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계약 기간부터 이견이 생길 수 있다. 선수는 4년 이상 장기 계약을 바랄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 35세인 양현종에 대해 '에이징 커브'라는 불안 요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KIA는 2015시즌을 앞두고 미국 무대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프랜차이즈 스타 윤석민(은퇴)과 기간 4년, 총액 90억원에 계약했다. 윤석민은 계약 기간 4승 16패 42세이브를 기록했다. 주로 구원 투수로 나섰다. 이 계약은 명백히 실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