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파이어볼러 곽빈(22)과 이영하(24)가 뛰어난 구위에도 여전한 제구 불안은 해결하지 못했다.
곽빈은 12일 잠실 KT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5⅓이닝 1피안타 7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안타는 하나밖에 맞지 않았지만,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1회 초 3볼넷을 포함해 2볼넷 이상 이닝만 세 번에 달했다. 이어 올라온 이영하도 마찬가지였다. 6회 초에 등판해 탈삼진 2개로 곽빈이 쌓은 주자를 들여보내지 않고 막았지만, 7회 1사 2루에서 3연속 볼넷을 기록하면서 동점 밀어내기를 허용했다.
이날 두 투수가 6⅓이닝 동안 내준 점수는 단 한 점. 표면적으로는 호투했지만 내용은 불안했다. 구위는 확실했다. 곽빈은 최고 구속 152㎞, 이영하는 최고 구속 150㎞를 기록했다. 하지만 제구가 말썽이었다. 두 선수가 내준 볼넷만 10개에 달했다. 뛰어난 구위와 적시에 이뤄진 투수교체로 실점은 최소화했지만, 언제든 대량 실점이 발생할 수 있었다.
둘의 제구 불안은 이날만의 일이 아니다. 리그에서 가장 불안하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규정이닝 50% 이하를 소화한 투수 중 9이닝당 볼넷 개수 1위가 곽빈(7.19개), 2위가 이영하(6.89개)다. 상대 타자 수에 비례한 볼넷%로 비교해보면 곽빈이 17.5%, 이영하가 15.8%를 기록 중이다. 15% 이상을 기록한 건 리그에서 이들뿐이다.
물론 그럼에도 둘은 두산의 성적을 지탱하는 핵심 선수들이다. 곽빈은 9월 이후 7경기에서 볼넷 32개, 사구 2개를 기록 중이다. 경기당 평균 5명에 가까운 주자들을 공짜로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2.61에 불과하다. 평균 이닝도 5이닝이 넘어 3선발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이영하 역시 구원 투수로 보직을 옮긴 후 19이닝 1.42에 불과하다. 4위를 수성하기 위해 버티고 있는 두산은 제구가 흔들릴지언정 남은 시즌 둘의 호투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단기전에서는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영하는 지난 2019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가 제구 난조로 어려움을 겪은 기억이 있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한 점으로 승부가 갈리는 포스트시즌에서 곽빈과 이영하의 제구력은 자칫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