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트레이드로 서건창을 영입한 후 1번 타자 홍창기- 2번 타자 김현수-3번 타자 서건창 순서로 타순을 구성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잠실 키움전에서 내놓은 타순은 달랐다. 하위타순에 있던 오지환이 2번, 문성주가 5번을 맡았고, 서건창이 7번으로 물러났다. 대신 10월 들어 타격감이 좋았던 오지환과 문성주를 앞으로 당겼다.
FA를 앞뒀던 서건창은 올 시즌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일 기준 시즌 타율 0.256, OPS는 0.692에 불과하다. OPS가 0.7 아래로 내려간 건 데뷔 2년차인 2013년 이후 처음이다. LG 이적 후에는 부진이 더 심각하다. 타율 0.250, OPS 0.645에 불과하다.
상위 타순이 부진한 동안 팀을 지탱한 건 하위 타순이었다. 10월 타율 0.303의 오지환이 뒤에서 버텨줬다. 오지환은 10월 OPS 0.787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10월 30타석 이상 소화한 LG 타자 중 1위다. 새 얼굴 문성주도 하위 타순에서 함께 힘을 보탰다. 타율 0.313, OPS 0.720을 치며 득점의 활로를 뚫었다.
결국 류지현 감독은 순위 싸움 막판에 카드를 바꿨다. 류 감독은 20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타순 변화에 대해 “최근 하위 타순에서 득점이 많이 나오고, 상위 타순에서 연결이 잘 안 되더라”며 “하위 타순에서 득점의 축이 오지환이다. 오지환이 출루해 시작되거나, 오지환이 해결한다”고 했다. 이어 “오지환을 앞으로 놓으면 잘 연결되고, 하위타순의 젊은 타자들이 자기 몫을 하지 않을까 싶어 타순을 바꿨다”고 말했다.
첫 경기부터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상위 타순이 돌아가며 1회 3득점으로 초반 승기를 잡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다만 변화의 열쇠였던 오지환이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물론 실패라고 보기엔 성급하다. 1회 좌익수 뜬공, 3회 2루수 직선타 모두 좋은 질의 타구를 뽑아냈다. 타구 운이 따랐다면 류 감독이 구상한 그림이 첫날부터 실현될 수 있었다.
단순히 타순 교대뿐 아니라 휴식까지 신경 쓸 예정이다. LG는 수비의 주축인 야수들이 대부분 30대에 접어들고 있다. 체력 배분까지 고려해야 LG 타선이 살아날 수 있다. 류 감독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다. 선수들 체력 배분을 신경 쓴다. 남은 경기를 부상 없이 가야 한다. 선수들 몸 상태를 잘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어 “센터라인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오지환도 19일 경기에서 무릎에 자극이 있었다. 서건창도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건창의 부진도 같은 곳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는 “서건창은 작년까지 수비 이닝이 적었는데 올해 키움과 LG에서 수비 부담이 많다. 부진에는 체력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