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큰 형님·외국인도 통하지 않은 타이거즈 사령탑
일간스포츠

입력 2021.11.03 06:29

안희수 기자
 
프랜차이즈 레전드, '형님 리더십' 대명사도 떠났다. 고육지책으로 내세운 '외국인' 사령탑까지 통하지 않았다. 역대 최다 우승팀 타이거즈 야구단이 새 사령탑 선임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KIA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시즌(2020~21) 동안 팀을 이끈 맷 윌리엄스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조계현 단장과 이화원 대표이사는 3시즌(2019~21)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새 대표이사는 내정됐지만, 프런트와 현장의 실무 수장은 당분간 공석이 될 전망이다.  
 
KIA는 2019시즌 종료 뒤 윌리엄스 감독과 3년 계약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메이저리그(MLB)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며, 2014~15시즌에는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을 맡았다. 경력이 화려한 지도자를 영입해 선수단 내 자부심을 고취하고, MLB 야구를 기존  타이거즈의 것과 접목해 이전보다 발전하는 팀을 만들길 바랐다.  
 
부임 첫 시즌(2020)은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제로 베이스'에서 편견 없이 선수의 기량과 잠재력을 주시했고, 꽤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 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했다. 6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차기 시즌(2021)에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줬다.  
 
하지만 정작 두 번째 시즌은 매우 어수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시즌 반환점도 돌기 전에 '리빌딩' 계획을 전했다. 정착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뒤에는 특정 투수의 혹사 논란을 자초하는 경기 운영으로 빈축을 샀다. 리빌딩 초석을 다질 수 있는 시기에 유망주를 쓰지 않은 점도 의구심을 자아냈다.  
 
사실 KIA는 전력이 약했다. 2021 스토브리그에서 양현종과의 재계약을 바라보다가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에 실패했다. 양현종은 결국 미국 무대 도전을 선택했다. 에이스가 떠난 자리는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다. 간판타자 최형우는 눈 질환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의 기량도 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런 악재도 윌리엄스 감독 체제를 비호할 수 없었다. 성적보다 방향성이 문제였다.
 
앞서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사령탑은 대체로 성공을 맛봤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대표적이다. 그는 2008시즌, 롯데를 8년 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2009~10시즌도 4강 안에 들었다. '노피어' 야구는 흥행했고, 부산은 야구 열기로 들끓었다. 2017시즌을 앞두고 SSG(당시 SK) 지휘봉을 잡은 트레이 힐만 감독은 부임 두 번째 시즌(2018)에 팀을 한국시리즈(KS) 우승으로 이끌었다.  
 
2021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2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9회말 끝내기안타로 4대 5 패배를 당한 KIA선수들이 퇴장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6.27/

2021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2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9회말 끝내기안타로 4대 5 패배를 당한 KIA선수들이 퇴장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6.27/

 
KIA는 성공 공식을 따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지도 역량 검증, 긴밀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지원도 미미했다. 데이터 야구 정착, 포지션 전문화 등 그럴듯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그저 막연한 기대감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뒤 떠넘겼을 뿐이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어떤 성향, 어떤 역량을 갖춘 사령탑을 선임해야 팀을 재건할 수 있을까. KIA는 역대 한국 야구 최고 스타이자, 타이거즈 구단의 전설인 선동열 감독과도 3시즌(2012~14)밖에 동행하지 못했다. '형님 리더십'으로 인정받은 김기태 감독은 2017시즌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2019시즌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외국인 사령탑 '트렌드'에 편승한 선택도 실패했다.  
 
현재 하마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 이종범 LG 코치 등 팀 레전드 출신 지도자가 차기 감독이 될 것이라는 풍문이다. 이범호 현 퓨처스팀 총괄 코치,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는 염경엽 전 SSG 감독도 있다. 삼성, NC처럼 데이터 야구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윌리엄스 감독의 유산이 없는 건 아니다. KIA는 신인 투수 이의리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 기량을 보여줬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장현식은 셋업맨으로 안착했다. 2년 차 투수 정해영은 역대 최연소 30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았다. 양현종까지 가세하면 탄탄한 마운드를 갖출 수 있다.
 
이제 현안은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강팀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다. KIA는 역대 최다 KS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하지만 올 시즌 창단 최저 순위(9위)로 내려앉았다. 팀을 재건할 차기 사령탑에 관심이 쏠린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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