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떠난 KIA엔 뭐가 남았나
일간스포츠

입력 2021.11.03 08:10

올해 마지막 홈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는 KIA 타이거즈 선수들. [연합뉴스]

올해 마지막 홈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는 KIA 타이거즈 선수들. [연합뉴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지난 1일 맷 윌리엄스(56·미국) 감독와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그를 사실상 경질한 것이다. 동시에 이화원 대표이사와 조계현 단장도 함께 물러났다.

오프시즌 야구단의 인사이동은 빈번하지만, 감독과 사장·단장이 동시에 물러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현장 책임자(감독)와 관리 책임자(사장·단장)를 구분할 것 없이 KIA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는 걸 뜻한다. 모기업 기아가 스스로 실패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KIA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윌리엄스 감독의 중도 하차는 외국인 사령탑으로는 ‘첫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앞서 KBO리그를 거쳐 간 제리 로이스터 감독(2008~2010년)은 만년 하위팀 롯데를 3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로 이끌었다. SK(현 SSG) 지휘봉을 잡았던 트레이 힐만 감독(2017~2018년)은 2018년 KBO리그 최초로 외국인 우승 감독이 됐다.

이런 흐름 속에 KIA는 윌리엄스 감독을 데려왔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선임 당시부터 선수 시절 금지약물 복용 의혹으로 비난이 크게 일었지만, 그와 KIA 구단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맷 윌리엄스 감독

맷 윌리엄스 감독


게다가 KIA는 지난 시즌 종료 후 매우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퓨처스(2군) 감독직을 없애고, 윌리엄스 감독에게 1군과 2군 운영권을 모두 맡긴 것이다. 당시 KIA는 “윌리엄스 감독에게 선수 육성 책임까지 부여, 1군과 퓨처스 선수단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통 1군 경기는 감독의 리더십으로, 퓨처스 운영은 구단이 만든 시스템으로 끌어간다. 단기 성과를 내야 하는 감독에게 미래를 위한 육성 책임까지 지운다는 건 사장·단장의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조계현 단장이 최근까지 마무리 캠프를 지휘한 만큼 그의 사퇴는 모그룹이 내린 경질 결정이라고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2019년 KIA는 62승 80패 2무(7위)에 그쳤다. 윌리엄스 감독이 지휘봉을 처음 잡은 지난해엔 승률 5할(73승 71패, 6위)을 넘겼으나, 올 시즌엔 일찌감치 가을야구에서 탈락(9위·58승 76패 10무)했다. 성적도 나쁜데 ‘홀드왕’ 장현식의 사흘간 4연투, 신예 선수 육성 및 기용 등으로 논란만 일으켰다. 윌리엄스 감독에게 기대한 선진 야구가 아닌 ‘올드스쿨’ 같다는 부정적 시선이 뒤따랐다.

그렇다고 KIA의 부진을 윌리엄스 감독에게만 책임을 지울 순 없다. 올해 에이스 양현종은 미국으로 떠났다. 팀 전력이 약화한 가운데,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은 전혀 없었다. 구단이 주도한 트레이드와 방출 선수 영입만 잇따랐다. 외국인 투수 에런 브룩스는 대마초 성분이 있는 전자담배를 구입으로 퇴단, 한동안 외국인 투수 없이 시즌을 치렀다.

선수 구성과 관리 책임은 구단에 있다. 전력이 계속 빠져나가는데 보강책은 전혀 없었다. 구단은 윌리엄스 감독 뒤에 숨어 있었다. 오죽하면 시구하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은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이 “타이거즈 팬으로 바람이 있다. 구단주님께서 FA를 영입해 줬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올 시즌 중반 이후 윌리엄스 감독과 구단(사장·단장)의 불화설이 흘러나왔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1군은 물론 2군 운영의 전권을 가진 외국인 감독이 물러났다. 그를 방패 삼았던 이들도 떠났다. 그 자리엔 투수 혹사와 타격 부진으로 상징되는 KIA의 상처만 남았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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