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두산 감독은 14일 열린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 선발 유격수로 김재호(36)를 선택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PS) 내내 주전 유격수로 박계범을 활용했지만 KS 1차전에선 달랐다. 김태형 감독은 "김재호의 컨디션이 괜찮다"고 했다. KS가 갖는 의미와 부담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였다. 박계범이 데뷔 첫 PS를 치르는 것과 달리 김재호는 이날 경기 전까지 KS 통산 41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었다.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김재호는 KS 1차전에 9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타석에서의 무안타보다 더 뼈아팠던 건 7회 나온 실책이었다. 7회 말 1-2로 뒤진 1사 2루에서 조용호가 친 땅볼이 유격수 쪽으로 향했다. 손쉽게 아웃카운트가 하나 올라가는 듯 했다. 그러나 김재호가 공을 펌블해 1사 1, 3루가 됐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내준 두산은 황재균의 내야 땅볼과 강백호의 적시타로 2점을 허용했다. 팽팽하던 승부가 실책 하나에 급격하게 KT 쪽으로 기울었다.
김재호는 지난 5일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도 대형 실책을 저질렀다. 1-3으로 뒤진 7회 초 1사 2루에서 LG 김현수의 타구가 투수 이교훈의 글러브를 맞고 유격수 쪽으로 향했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지만 공에서 시선을 빨레 떼, 공을 놓쳤다. 포구 실책 이후 2루 주자 홍창기가 3루를 돌아 득점했다. 두산은 김재호 실책 이후 5실점으로 마운드가 무너져 3-9로 무릎 꿇었다.
김재호는 7년 연속 KS 무대를 밟은 두산의 핵심 자원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잔부상에 부진까지 겹쳐 89경기 출전에 그쳤다. 강승호와 박계범, 안재석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에 밀려 입지가 좁았다. 기대가 컸던 PS에선 강점이던 '수비'에서 군열이 계속 생기고 있다. 특히 실책이 실점으로 연결되면서 선수가 느끼는 부담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