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과잉 투자 문제가 흘러나온다. KBO리그 외국인 선수 시장의 현재 분위기다.
최근 KBO리그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오른손 투수 마크 라이터 주니어(30)다.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라이터 주니어는 KBO리그 입성이 유력한 후보다. 복수의 구단에서 영입을 검토했고 실제 조건을 건넨 구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눈여겨볼 부문은 금액이다. 지방 A 구단에서 신규 외국인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100만 달러(12억원)를 제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KBO리그는 현행 규정상 새롭게 영입되는 외국인 선수는 연봉, 인센티브, 이적료, 계약금을 모두 포함해 총액 100만 달러를 넘길 수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라이터 주니어가 100만 달러 선수인가"라고 되물었다. 2017년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라이터 주니어는 2018년을 끝으로 빅리그 등판 기록이 없다. MLB 통산 성적도 3승 7패 평균자책점 5.53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마이너리그 경력(통산 42승)이 풍부하고 올 시즌 트리플A 성적(8승 4패 평균자책점 3.34)도 준수하지만 '맥시멈 베팅'을 할 선수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B 구단 단장은 "어떤 구단에서 풀 베팅을 했다고 하더라. (기량 대비 너무 많은 금액을 주면) 스스로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은 '경쟁'이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려고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건 구단의 자유다. 하지만 한편에선 "일본에 수준급 선수를 다 뺏기고 우리끼리 과열경쟁한다"는 우스갯소리도 흘러나온다. 실제 이번 겨울 KBO리그는 일본 프로야구(NPB) 구단에 A급 선수를 대부분 뺏기고 있다. 레나토 누네스, 라이언 맥브룸, 호세 마몰레호스를 비롯한 거물급 선수들이 NPB에 둥지를 틀었다. 투수 드류 앤더슨도 NPB행을 확정했고 제이콥 웨그스펙도 일본 구단과 연결됐다.
MLB가 12월 초 노사협약(CBA) 문제로 직장 폐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일본이 빠르게 움직였다. KBO리그는 NPB에서 재계약이 불발됐거나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영입 후보다. 그리고 이런 선수를 잡기 위해 맥시멈 베팅을 하는 게 현실이다. 라이터 주니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라이터 주니어는 A 구단뿐만 아니라 지방 B 구단에서도 연봉 80만 달러(9억6000만원)에 인센티브가 추가된 계약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선수가 결단만 내리면 KBO리그행은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