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2루수 강승호(27)의 방망이가 뜨겁다. 가을바람에도 좀처럼 식지 않고 맹타를 휘두르는 중이다.
강승호는 올해 KBO리그 포스트시즌(PS)에서 주전 2루수로 중용되고 있다.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부터 한국시리즈(KS)까지 전 경기에서 2루수로 선발 출전 중이다. 첫 경기인 WC 1차전에서는 9번 타자였지만 점차 타격감이 올라오면서 타순도 올라왔다. PS 타율이 0.394(33타수 13안타)에 달한다. PO 2차전 데일리 MVP를 탔고, KS 1차전에서는 0-1 상황에서 3루타를 쳐 동점 득점을 만드는 등 중요한 상황마다 활약했다.
KS 2차전에서는 2번 타자까지 타순이 올라갔다. 팀이 무득점으로 묶여있던 상황에서 상대 KT 위즈의 에이스 고영표를 상대로 2루타를 쳐냈다. 이어 후속 호세 페르난데스의 안타 때 홈을 밟아 만회 득점을 만들었다. KS에 올라온 후 두산 타선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KS 타율 0.500(6타수 3안타)으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상대 사령탑인 이강철 KT 감독도 1차전 후 “김재환, 페르난데스와 강승호가 잘 맞히고 있다”며 주의할 타자로 그를 꼽았다.
강승호는 이미 가을 무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전신) 소속이던 2018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 PO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KS 진출에 힘을 보탰다. 1차전 4타수 4안타와 두 차례 호수비, 3차전 홈런을 치는 등 시리즈 타율 0.294(17타수 5안타) OPS 0.839로 타선에 힘을 더했다. KS에서도 최종전인 6차전에서 투런 홈런을 포함한 3출루를 기록하며 우승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이듬해 주전 기회를 잡았지만, 스스로 발목을 잡으면서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이듬해 음주운전이 적발되면서 임의탈퇴 조처됐기 때문이다. 1년 후인 2020년 8월 14일 임의 탈퇴에서 해제됐지만, 90경기 출전 금지 징계를 소화하던 중 둥지를 옮겼다. 두산은 자유계약(FA)을 맺고 SK로 옮긴 주전 2루수 최주환의 보상 선수로 2루수였던 강승호를 선택했다.
새 팀 이적 후 적응기를 보냈지만, 가을 무대에서 가능성을 터뜨리고 있다. 정규 시즌 성적이 타율 0.239 OPS 0.677, 16홈런에 불과했지만, 주전 2루수로 발탁됐다. 믿음에 보답하듯 상·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고 안타를 쳐내는 중이다.
고교 시절 은사의 도움도 한 몫 했다. 천안북일고 재학시절 감독이었던 이정훈 타격코치와 재회했다. 강승호는 지난 10일 PO 2차전을 마친 후 “타석에 들어서기 전 코치님에게 상대 투수 유형과 대처법을 조언받는다”라고 전했다. 강승호는 이어 “제 단점도 장점도 잘 아시눈 분”이라며 “열정이 대단하시다. 그 열정에 못지않게 선수들도 따라가려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최주환이 이적한 두산 주전 2루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우승 여부와 별개로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간다면, 강승호에게 다시 한번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기회를 살리는 건 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