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를 압도한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32·두산 베어스)의 활약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미란다는 올 시즌 KBO리그를 제패했다. 14승(공동 4위) 5패 평균자책점 2.33(1위) 225탈삼진(1위)을 기록하며 투수 2관왕에 올랐다. 故 최동원 감독(전 롯데 자이언츠)이 1984년 세웠던 단일시즌 223탈삼진 기록을 37년 만에 경신했다. 이어 24일에는 한 해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까지 수상했다.
의외의 활약이다. 미란다는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CPBL) 중신 브라더스에서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눈에 띄지 않는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KBO리그로 와 180도 달라졌다. KBO리그 구단 전력 분석원인 A는 미란다에 대해 “올해 예상에서 가장 크게 어긋난 선수”라며 “구위는 좋지만 제구로 고생할 것이라 생각했다. 제구력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 꽂아 넣는 전략을 세웠는데 통했다”고 평가했다.
주력 구종이 두 개에 불과하지만, 조합이 막강하다. A는 “미란다는 정통파 오버핸드 투수다. 높은 팔 각도에서 떠오르는듯한 직구를 던진다”며 “이 때문에 뜬공 성향을 띄는데,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의 효과를 크게 봤다”고 설명했다. 떠오르는 직구 덕에 떨어지는 포크볼도 강해졌다. A는 “오버핸드로 던지는 직구와 포크볼의 상성이 좋다”며 “두 구종은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온다. 그런데 타자가 직구 타이밍에 스윙하면 평균 시속 17㎞ 가량이 차이 나고, 상하 무브먼트의 차이가 큰 포크볼을 도저히 칠 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당연히 재계약 대상자다. 잔류하게 된다면 다음 시즌 긍정적인 변수도 추가된다. 스트라이크존 변화 여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0월 “2016년부터 올해까지 스트라이크존 판정 변화를 분석했다”며 “그 결과 판정 존의 평균 분포가 전반적으로 좁은 형태로 변화됐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KBO는 이에 따라 “2022시즌부터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좌우 홈플레이트와 각 타자의 신장에 따른 존의 정확성을 중심으로 평가하기로 했다”고 존 변화를 예고했다.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은 존의 위아래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KBO의 발표 내용을 본 후 “스트라이크존 좌우는 투구 추적 데이터와 비교해도 꾸준하게 정확하다. 반면 위아래는 조금 좁게 판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존이 정상화된다면 상하 폭이 다소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존의 위아래는 미란다의 영역이다. 또 다른 구단 분석원 B는 “미란다가 올 시즌 자기 공에 맞게 위아래를 잘 썼다”며 “본인 구종이 상하를 공략해야 한다는 걸 아는 듯하다. 직구를 높게 잘 썼다”고 했다. 분석원 A 역시 "오버핸드에 직구와 포크볼 조합이다 보니 공들이 다 상하로 형성된다”며 “만약 존 위아래가 넓어진다면 미란다에게도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남은 변수는 잔류 여부다. 시즌을 마치고 출국한 미란다는 재계약 여부를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팬들에게는 내년을 기약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출국 전 구단 유튜브를 통해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대해 두산 선수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내년에 보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