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벼랑 끝이다. 김동엽(32·삼성 라이온즈)은 "더는 핑계 댈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동엽에게 2021시즌은 악몽이었다. 6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8(185타수 44안타)로 부진했다. 장타율(0.351)까지 크게 떨어져 장기인 홈런도 4개에 그쳤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비례했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초반에 꼬이지 않았다면 잘할 수 있었는데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며 "몸을 다쳤던 게 아쉽다. 감이 잡혔다고 생각해서 오버페이스했다"고 돌아봤다.
김동엽은 지난해 2월 초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활배근을 다쳤다. 4주 공백이 예상됐지만, 재활 치료가 더디게 진행됐다. 결국 개막 일주일 뒤인 4월 10일에야 1군 첫 경기를 소화했다. 그가 빠진 사이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가 주전 좌익수 자리를 굳혔다. 조급함이 커진 김동엽은 첫 7경기에서 극심한 타격 슬럼프(18타수 1안타)를 겪었다. 이후 잔부상에 부진까지 겹쳐 1군 엔트리 등록과 말소를 거듭했다.
김동엽은 "팀에 미안함이 크다. 기대를 많이 걸어주셨는데 부족해서 죄송스럽다. 그래서 이번 겨울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겨울에는 훈련량을 많았는데 그러다가 몸에 무리가 왔던 거 같다.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압박을 계속 주니까 버티질 못해 쓰러졌다. 지금은 보강 운동을 적절하게 하면서 세분화해 훈련하고 있다. 올해는 정말 실망하게 하지 않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시즌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사상 첫 가을야구를 치르며 구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김동엽은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 엔트리에서 제외, TV로 가을야구를 지켜봐야 했다. 그는 "난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더 좋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해서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올해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이를 갈고 있다. 400타수 이상 소화하면 홈런 20개 이상을 때려낼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김동엽의 어깨는 무겁다. 삼성은 이번 겨울 주전 중견수 박해민이 LG 트윈스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했다. 김동엽의 좌익수 경쟁자인 김헌곤이 중견수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김동엽은 피렐라와 좌익수 출전 시간을 양분할 게 유력하다. 그가 2020시즌의 파괴력(홈런 20개)을 회복할 수 있느냐가 삼성의 팀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포인트다.
김동엽은 "지난해 반등하지 못하고 시즌이 끝날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는 소득이 없진 않았다. 아프지 않은 게 첫 번째"라며 "풀타임 1군이 목표다. 아프지 않으면 무조건 잘할 수 있다. 자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