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아시안 김민석, 초인류를 꿈꾼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2.02.10 06:00

이형석 기자
8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석이 플라워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8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민석이 플라워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8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시상대. 2018년 평창 대회에 이어 올림픽 2회 연속 동메달을 딴 김민석(23·1m79㎝)이 시상대에 올랐다. 옆에 있던 네덜란드 키엘드 나위스(1m85㎝·금메달)와 토마스 크롤(1m92㎝·은메달)보다 체격이 훨씬 작았다. '빙속 1500m 메달은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린 김민석이 얼마나 괴물 같은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김민석은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1분44초24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메달이다. 
 
스피드스케이팅 1500m는 서양 선수들의 각축지나 마찬가지였다. 스피드와 힘이 중요한 단거리, 지구력까지 겸비해야 하는 장거리의 특성이 모두 요구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체격 조건이 월등한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등 유럽과 북미 선수들이 독식했다. 남자 1500m는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개최된 제1회 동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열렸고, 2014년 소치 대회까지 아시아 선수에게 단 1개의 메달도 허용하지 않은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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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벽을 처음 허문 선수가 김민석이다. 평창 올림픽에서 1분44초93으로 깜짝 동메달을 차지했다. 현재 세계랭킹 7위 김민석은 이번에도 중국 닝중옌(세계 2위, 1분45초28)과 일본 오다 다쿠로(6위, 1분45초53) 등을 제치고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시상대에 섰다. 그는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땄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네덜란드 선수들의 벽을 넘지 못해 아쉽다. (그들을 이기는 건) 내 선수 생활에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쇼트트랙을 시작했다. 중학교 때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뒤에도 쇼트트랙을 통해 코너링과 순발력을 키웠다. 2014년 15세 때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았고, 주니어세계선수권·릴레함메르 유스올림픽·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며 '빙속 괴물'로 불렸다.
 
평창의 영광 이후 세계 최정상을 바라보던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2018~19시즌 2위였던 세계랭킹은 2018~19시즌 8위로 떨어졌다. 2020~21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빙상장 문이 닫혀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민석은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체력훈련에 매진했다. 스스로 "2020년 여름부터 훈련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못 한다면 자괴감이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만큼 정신력이 강하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선 종목 교체 과정에서 체중을 7㎏이나 감량했다 다시 4㎏을 늘렸다. 강한 체력 훈련을 소화하느라 허벅지 근육이 세 번이나 파열됐지만, 악착같이 버텼을 만큼 독종이다.
 
강심장도 지녔다. 고교생이었던 평창올림픽에선 많은 관중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셀카를 찍으며 첫 올림픽을 만끽했다. 4년 전 그는 "메달 후보로 주목받지 못하다 보니 '뭔가 보여주겠다'는 오기도 생긴다"고 말한 바 있다. 베이징 대회를 앞두고는 "(국민이 메달을) 기대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나는 아니다. 금메달을 꼭 따겠다. 나를 믿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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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메달이 더 값진 이유는 편파 판정의 울분을 씻어줬기 때문이다. 한국 스포츠는 지난 7일 쇼트트랙에서 속출한 편파 판정에 분노하고 좌절했다. 순위를 겨루는 쇼트트랙과 달리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을 경쟁하는 종목이다. 따라서 오심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김민석은 정정당당하게 싸워 동메달을 획득, 공정의 가치를 실력으로 보여줬다.
 
김민석은 "(쇼트트랙에서 편파 판정 등) 불상사가 발생해, 나라도 메달을 따서 한국 선수단에 힘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김아랑은 "(김)민석이를 시작으로 이제 슬슬 좋은 일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메달을 딴 뒤 기뻐하는 내색 없이 침착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는 "더 노력하는 선수가 더 높은 자리에 올라선다"며 "나는 항상 배고픈 상태다. 나 자신에게 '3등 한 건 잘했지만, 앞으로 조금 더 잘하자'고 말해주고 싶다. 내 꿈은 월드 챔피언이다. 개인 종목에서 올림픽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기약했다. 2026년 동계 올림픽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다. 
 
이형석 기자, 베이징=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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