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목에 건 금메달을 예상보다 무거웠다. 책임감도 커졌다.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 황대헌 얘기다.
황대헌은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 캐피탈인도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개인 올림픽 첫 금메달이다.
이튿날 메달 플라자 진행된 공식 시상식에서 자신의 금메달과 마주한 황대헌은 "메달을 받기 전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정말 묵직하더라. 타자에서 애국가가 울렸을 때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라고 돌아봤다.
황대헌은 한국 쇼트트랙 남자 에이스다. 평창 대회부터 금메달 후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불운이 겹쳤다. 개인전 500m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1500m에서는 결승선을 2바퀴 남겨두고 넘어지고 말았다. 이어 출전한 1000m 준준결승전에서도 같은 조에 편성된 한국 대표팀 동료와 충돌하며 메달을 놓쳤다.. 당시 황대헌은 1500m 세계랭킹 1위이자 세계기록(1분20초875) 보유자였다. 그만큼 아쉬움도 컸다.
베이징 대회 초반에도 시련이 있었다. 혼성 계주에 출전했지만 예선에서 탈락했고, 1000m 준결승전에서는 심판 판정 탓에 실격당했다. 그가 비운 자리를 중국 선수가 메우면서 '편파' 논란이 커졌다.
어려운 상황에서 황대헌은 최선의 성과를 보여줬다. 특유의 담담한 성격, 강한 멘털 관리가 빛났다.
이제 다음 목표는 동료들과 함께 나서는 계주다. 한국은 11일 첫 경기에서 곽윤기, 김동욱, 이준서 그리고 황대헌이 나서 조 1위를 기록했다. 경기 후 네 선수가 함께 어깨동무하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개인 500m도 경기가 남았지만, 동료들과 함께 포디움에 오르는 게 우선 목표다. 황대헌은 "이제는 동료 5명이 함께 애국가를 듣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