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이 열린 TPC 스코츠데일 16번 홀(파3)이 연이틀 갤러리들의 함성과 흥분으로 들끓었다. 13일에 이어 14일에도 홀인원이 나왔기 때문이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 전날 샘 라이더(미국)가 124야드로 세팅된 16번 홀에서 홀인원이 나오고서 어떤 선수가 또한번 홀인원을 성공할 지 기대를 모았다. 기대는 곧 실제로 연결됐다. 카를로스 오티즈(멕시코)가 178야드로 세팅된 이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오티즈가 시도한 티샷은 그린에 한 번 튄 뒤로 그대로 홀을 향해 들어가 홀인원으로 연결됐다.
오티즈의 홀인원에 16번 홀 주변에 있던 2만여명의 갤러리들이 또한번 함성과 환호로 축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갤러리들은 전날 라이더가 홀인원한 것보다 더 많은 맥주캔과 물병을 코스에 던졌다. 홀인원을 기록한 오티즈도 크게 기뻐하곤 홀에 들어간 공을 갤러리를 향해 던져 화답했다. 이날 16번 홀 홀인원에 이어서 17번 홀(파4)에서도 이글을 기록한 오티즈는 4타를 줄여 합계 7언더파 공동 33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건 이 대회 특유의 운영 방식 때문이다. 이 대회는 선수가 샷을 할 때마다 환호하거나 야유를 퍼붓는 게 허용된다. 특히 홀 주변을 에워싸 거대한 스탠드를 만들어 일반 스타디움 같은 느낌이 드는 16번 홀은 로마 시대 검투장을 연상케 해 '콜로세움'으로도 불린다. 홀인원으로 맥주캔과 물병이 코스 내에 수백개가 나뒹굴고 자원봉사자들이 치우는 모습은 이 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1997년 타이거 우즈(미국)를 비롯해 역대 이 대회 16번 홀에서 지난해까지 9차례 홀인원이 나왔다. 연이틀 홀인원 덕에 올해 대회에서 10·11번째 홀인원 기록이 한꺼번에 작성됐다.
이번 대회에선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와 합계 16언더파 동률을 이룬 뒤, 3차 연장에서 버디를 기록해 생애 첫 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47만6000달러(약 17억7000만원)를 기록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한 강성훈(35)은 김시우(27)와 공동 26위(8언더파)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