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형 천재 최민정, 괴물 같은 '아웃파이터'
일간스포츠

입력 2022.02.18 06:00

배중현 기자
최민정이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1위로 통과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민정이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1위로 통과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은 '아웃파이터'다. 경기 중 무리하게 인코스를 파고들지 않는다. 대신 아웃코스 추월을 선호한다. 아웃코스는 인코스보다 충돌 위험이 적다. 하지만 아무나 활용할 수 없다. 쇼트트랙은 112.12m 트랙 주로 중 48%인 53.81m가 곡선으로 이뤄진다. 아웃코스에선 인코스보다 더 강한 원심력을 견뎌야 한다. 몸이 버티질 못하면 펜스 쪽으로 튕겨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최민정은 다르다. 그의 전매 특허 기술이 발휘된 건 지난 16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1500m 준결승이었다. 최민정은 경기 중반까지 6위로 처졌다. '네덜란드 신성' 산드라 벨제부르와 '캐나다 유망주' 코트니 사로가 이끄는 레이스를 뒤에서 따라갔다. 하지만 세 바퀴를 남겨 놓고 시동을 걸었다. 단 한 번의 아웃코스 주행으로 1위 자리를 꿰찬 뒤 올림픽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최민정은 결승에서도 인코스가 아닌 아웃코스를 이용해 선두로 올라섰고, 가장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민정의 아웃코스 주행을 더 위력적으로 만드는 건 짧은 스트로크다. 쇼트트랙에선 얼음을 밀고 나가는 스트로크 동작에 따라 속도가 결정된다. 유럽 선수들보다 체격(키 1m65㎝·몸무게 53㎏)이 크지 않은 최민정은 경쟁 선수들보다 2~3번 스트로크를 빠르게 해 속도를 끌어올린다.
 
지난 13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대표팀은 마지막 두 바퀴까지 3위로 밀려 2위까지 가능한 결승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주자 최민정이 과감하게 아웃코스 주행을 선택한 뒤 폭발적인 스트로크를 앞세워 2위로 올라섰다.  
 
최민정이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아웃 코스로 다른 선수들을 추월하고 있다.   최민정은 쇼트트랙 1500m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연합뉴스]

최민정이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아웃 코스로 다른 선수들을 추월하고 있다. 최민정은 쇼트트랙 1500m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금메달을 차지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연합뉴스]

 
최민정은 노력형 선수다. 스스로 "훈련량이 세계 최고"라고 말할 정도로 지독한 연습 벌레다. 그렇게 만들어진 탄탄한 하체는 아웃코스를 파고들고 스트로크를 더 빠르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쇼트트랙 여제' 전이경은 4년 전 평창 대회를 앞두고 최민정에 대해 "인코스보다 아웃코스를 정말 잘 탄다. 미는 힘이 남다르다. 중심 이동을 비롯해 타고난 감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훈련"이라고 말했다.
 
여러 난관을 극복하면서 멘털도 강해졌다. 최민정은 평창 대회 500m 결승에서 반칙으로 실격 처리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대표팀 동료 심석희가 한 코치와 나눈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최민정을 험담하고 경기 중 고의로 충돌한 의혹까지 담겨 있어 파문이 일었다.
 
기대와 우려 속에 개막한 베이징 대회. 지난 7일 첫 개인 종목 출전이던 500m 준준결승전에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하지만 '아웃파이터' 최민정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금 1개, 은 2개 등 3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두 번의 올림픽에서 5개의 메달(금 2, 은 3)을 따낸 최민정은 역대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 최다 메달 공동 1위가 됐다.
 
그는 16일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과거의 나를 계속 넘어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에 연연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따라와서 기분이 좋다. 나 혼자 잘한 게 아니다. 모두 많이 도와줬다"고 공을 돌렸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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