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훈의 축구.공.감] ‘100% 이승우’를 보기 위한 세 가지 전제
일간스포츠

입력 2022.03.04 07:49

유럽 무대로 떠난 지 10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이승우. [사진 프로축구연맹]

유럽 무대로 떠난 지 10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이승우. [사진 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최고 기대주로 주목 받는 이승우(24·수원FC)의 초반 세 경기는 ‘절반의 성공’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특유의 축구 센스가 엿보이는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지만, 드리블과 슈팅 모두 아직까진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이승우가 침묵하는 사이 소속팀 수원FC는 초반 세 경기를 모두 졌다.

우선 긍정적인 건 이승우를 맞이하는 K리그 팬들이 매우 호의적이라는 점이다. 매 경기 이승우가 그라운드에 투입 될 때마다 경기장 안팎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지난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경기에서 수원FC의 이승우가 후반 교체 출장하자 울산 현대 홈 팬들도 뜨거운 박수로 격려했다. '이승우'라는 새 상품이 K리그에 활력을 불어넣길 바라는 마음은 홈 팬과 원정 팬을 구별하지 않았다.

이승우가 경기력을 회복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시간이다. 지난해 전북 현대에 입단한 FC바르셀로나(스페인) 옛 동료 백승호(25)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백승호는 전북 입단 직후 체력과 경기 감각이 부족해 고전했지만, 이후 경기수와 출전시간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팀에 녹아들어 핵심 미드필더로 발돋움했다. 축구대표팀 명단에도 다시 이름을 올렸다.
신트트라위던(벨기에)에서 2년 넘게 제대로 뛰지 못한 이승우의 해법도 다를 게 없다. 출전 시간을 쌓으며 컨디션과 자신감이 올라오길 차분히 기다리면 된다. 최근 불거진 ‘SNS 벌금 해프닝’도 같은 맥락이다. 10년 전 스페인으로 떠난 이후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등 유럽 무대에서 뛴 이승우에게 K리그는 아직은 낯선 무대다. 갓 K리그에 진출한 이승우에게 생소한 건 울퉁불퉁한 그라운드뿐만이 아니다. 적응 과정은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김도균 수원FC 감독도 이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날이 따뜻해지는 4~5월 무렵 진짜 이승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언급이 정답이다. 김 감독은 경기가 없는 날 이웃사촌인 이승우와 훈련장 출퇴근을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이승우가 이승우다워지려면 컨디션뿐만 아니라 목표의식을 포함한 마음가짐도 함께 깨어나야 한다. 감독과 흉금을 터놓고 나누는 대화는 선수에게 건전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이승우가 살아나려면 수원FC 공격진 컨디션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팀 공격을 이끄는 동료 공격수들이 아직 제대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동계훈련 합류가 늦었던 라스와 김현, 무릴로는 몸이 무겁다. 니실라는 많이 뛰지만 돌파와 패스 모두 좀처럼 ‘결정적 상황’을 만들지 못한다. 이승우를 포함해 공격진 서로간의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한 게 시즌 초반 득점력 저하로 이어진 모양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2년 넘게 신트트라위던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승우는 `마음껏 뛰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K리그 무대로, 고향팀 수원FC로 건너왔다. 김현동 기자

석연치 않은 이유로 2년 넘게 신트트라위던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승우는 `마음껏 뛰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K리그 무대로, 고향팀 수원FC로 건너왔다. 김현동 기자


전술적으로 다듬어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승우는 올 시즌 초반 세 경기에서 전반 중반 이후 또는 후반에 교체 투입됐다. 수원FC는 이승우에 이어 장신공격수 김현을 추가 투입하는 패턴을 반복하는데, 타깃맨 위주의 롱볼 축구에서 이승우의 존재감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엿보인다.

라스 또는 김현이 전방에서 머리로 따낸 볼을 이승우와 무릴로가 받은 뒤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어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전략이지만, 전개 과정이 단조로워 상대 수비에 쉽게 읽힌다.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공중볼 위주로 진행하는 축구는 유럽 무대에서 이승우가 자주 접해보지 못한 방식이기도 하다.

이승우가 롱 볼 축구에 녹아들든, 이승우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술을 수정하든 일정 기간의 적응기는 불가피하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그 기간이 짧을수록 수원FC가 초반 성적 부진에 따른 스트레스에서 신속히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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