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홈런? 박병호는 배고프고 이강철은 배부르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2.03.11 05:59

안희수 기자
박병호(오른쪽)과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KT는 V2를 노린다. 사진=KT 위즈 제공

박병호(오른쪽)과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KT는 V2를 노린다. 사진=KT 위즈 제공

 
박병호(36·KT 위즈)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일간스포츠가 프로야구 해설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시즌 예측' 설문에서 홈런왕 1순위로 꼽혔다. 
 
그는 홈런왕만 다섯 번 차지한 한국야구 대표 거포다. 2020시즌 타율 0.223 홈런 21개를 기록하며 이전보다 부진했지만, 이순철·봉중근 해설위원은 "박병호의 파워는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수창 위원도 "강백호와 홈런왕을 두고 경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박병호는 2021시즌 규정타석을 채운 리그 타자 중 가장 낮은 타율(0.227)을 기록했다. 홈런(20개)도 2012시즌 이후 가장 적었다. 두 시즌 연속 기대에 못 미치자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이 떨어지는 현상)가 시작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병호는 지난해 12월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KT 위즈로 이적했다. 키움과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영입 과정에서 그의 자존심을 세워준 KT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2022시즌 개막을 앞둔 현재, 박병호를 홈런왕 후보로 꼽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홈런 기대치도 2020~2021시즌 평균 수준인 20개(단일시즌 기준)로 낮아졌다. KT도 박병호에게 30~40개의 홈런을 바라는 건 아니다. 현장 지도자, 프런트 고위 인사들은 20홈런을 기준으로 박병호의 시즌 성패 여부를 판단하려 한다. 스타 플레이어이자 베테랑인 박병호가 팀에 합류해 줄 수 있는 '경기 외적' 효과에 더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박병호는 "지난 2년 동안 부진했기 때문에 그런 시선은 당연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나는 솔직히 20홈런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속내를 전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 최근 두 시즌 부진 등 저평가 받게 된 이유는 인정하지만, 자신마저 눈을 낮춘 채 시즌에 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병호는 "1점이 필요할 때, 장타로 경기 결과나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해주는 게 내 장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20홈런은 부족한 숫자다. 목표 홈런 개수를 딱 말하진 않겠다. 하지만 마음에 새긴 목표는 있다"고 했다. 이어 "이강철 감독님께서도 '작년 성적만큼만 해줘도 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하라'고 당부하셨다. 내 기를 살려 주시기 위해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까지 홈런 20개를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호는 평가 기준이 된 20홈런을 두고 ″만족할 수 없는 숫자″라고 전했다. 사진=KT 위즈 제공

박병호는 평가 기준이 된 20홈런을 두고 ″만족할 수 없는 숫자″라고 전했다. 사진=KT 위즈 제공

 
기대와 몸값에 부응하고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박병호는 외부 시선보다 자신의 야구에 더 집중하고 있다. 박병호는 "선수 생활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나 스스로 만족할만한 시즌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외부의) 기대치만 채우면 된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KT는 지난 6일 2022 스프링캠프를 마쳤다. 박병호도 새 유니폼이 익숙해졌다. 그는 "팀을 옮긴 입장이기 때문에 걱정했다.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 줬고, 빠르게 팀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님도 유연한 훈련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시더라. 지난해 우승팀다운 기운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낯섦과 설렘을 동력으로 2022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박병호는 "(2011년) LG 트윈스에서 넥센(현재 키움)으로 이적했을 때도 '새로운 야구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컸다. KBO리그에서 두 번째 이적인데, KT에서 경험할 새로운 야구에 다시 한번 설렌다"라며 웃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박병호만 봐도 배부르다. 그가 후배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본 이 감독은 "(박병호가) 이미 FA 값을 다 했다고 봐도 된다"며 만족해했다. KT 간판타자 강백호도 "내 우상이었던 선배님"이라며 박병호를 향한 팬심(心)을 드러냈다. 
 
박병호는 "'고참이라고 '설렁설렁 야구한다'라는 말을 들으면 안 된다. 솔직히 현재 내가 다른 선수까지 챙길 여유는 없다. 그래도 고민이 있는 후배가 조언을 구하면 내 경험을 말해주는 건 잘할 수 있다. 야구장에서는 열심히 뛰어다니고, 더그아웃에서는 먼저 다가서는 선배가 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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