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은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시범경기에 2번 타자·우익수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3타점으로 삼성의 7-1 완승을 이끌었다. 3패 1무로 시범경기를 시작한 삼성은 3연승을 질주, 5할 승률을 회복했다. 반면 5연패 늪에 빠진 키움의 시범경기 성적은 3승 1무 6패가 됐다.
구자욱은 이날 전까지 시범경기 타율이 0.176(17타수 3안타)에 그쳤다. 장타율(0.176)과 출루율(0.222)을 합한 OPS도 0.398에 불과했다.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시범경기 성적라고는 해도 타격감이 유독 떨어진 모습이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는 22일 경기에 앞서 "타율이 높지 않지만 (시범경기 성적이) 시즌 끝까지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구자욱은) 타격 메커니즘이 정립돼 있어서 (타격) 타이밍만 잘 맞추면 자기 역할을 해줄 선수"라며 강한 신뢰를 보냈다.
구자욱은 감독의 기대에 응답했다. 1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선 키움 선발 에릭 요키시를 상대로 7구째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결과는 아웃이었지만, 볼카운트 0볼-2스트라이크에서 볼을 골라내고 결정구를 커트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압권은 2회 말 두 번째 타석이었다. 삼성은 안타와 상대 실책, 몸에 맞는 공을 묶어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김호재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제 득점을 올렸지만, 김상수가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 추가 득점 없이 이닝이 종료되는 듯했다.
해결사로 나선 구자욱은 2사 만루에서 요키시의 초구 시속 135㎞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요키시는 지난해 KBO리그 공동 다승왕이다. 특히 왼손 타자 피안타율이 0.189에 불과한 '왼손 저승사자'였다. 구자욱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실투성 슬라이더를 장타로 연결했다. 4회 세 번째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을 기록한 구자욱은 5회 수비부터 김현준과 교체됐다. 이날 기록한 안타는 1개였지만 터닝 포인트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임팩트가 컸다.
구자욱은 올겨울 대형 계약을 했다. 2022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었지만 비(非) FA 다년 계약으로 일찌감치 삼성 잔류를 선택했다. 5년간 연봉 총액 90억원, 인센티브 30억원 등 최대 총액 120억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삼성 선수 중 100억원 계약을 따낸 첫 번째 사례. 올 시즌 연봉만 전년 대비 594.4%(21억4000만원)가 인상된 25억원이었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지난해 활약(139경기 타율 0.306 22홈런 88타점)이 기준이라면 이 정도 계약은 가능하다고 봤다. 구자욱은 이제 전성기에 접어드는 선수다. 나이가 무기"라고 했다. 구자욱은 "삼성을 떠난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팬 여러분께 감동을 드릴 수 있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워낙 큰 연봉을 받게 되면서 그라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정규시즌의 전초전인 시범경기 부진으로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왔지만, 일발 장타 한 방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타격감을 궤도에 올리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경기 후 구자욱은 "시범경기지만 중요할 때 쳐서 기분이 좋다. 정말 오랜만에 싹쓸이 적시타를 친 것 같은데 정식 경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연습한 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다년 계약을 해서 마음이 편할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서니 예전과 다른 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며 "오랫동안 실전 경기가 없어서 감각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이제 조금씩 타격감이 올라오는 것 같다. 연습량을 늘린 것도 좋은 감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 빨리 시즌이 개막해서 팬 여러분이 가득 찬 야구장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