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취임 일성 "한국 야구 자아도취"
일간스포츠

입력 2022.03.30 08:00

배중현 기자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이징 대회 이후 자아도취에 빠져있다."




허구연(71)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가 2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을 통해 KBO리그를 향한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KBO는 지난 2월 8일 정지택 총재가 자진 사임한 뒤 이사회(사장단 모임)에서 '총재 궐위에 따른 조치'를 논의했다. 지난 11일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KBO 총재 단수 후보로 추천됐고, 24일 구단주 서면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프로야구 사상 첫 야구인 출신 KBO 수장이 된 허 총재는 "똑같은 마이크지만 해설할 때와 오늘은 다른 것 같다. 어려운 시기에 총재직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프로야구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막중하다"며 "9회 말 1사 만루에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올라온 구원 투수라고 생각한다. 힘든 상황에 등판했지만 두렵지 않다"고 운을 뗐다.
 
허구연 총재는 재임시간 혁신 과제 중 하나로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교류전'을 꼽았다. 허 총재는 "최근 지표에서 프로야구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는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국제대회 (좋은) 성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준결승 일본전에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에 7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꽁꽁 묶였다. 오타니 강판 이후 0-3으로 끌려가던 9회 초 4득점 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허 총재는 "오타니가 빠진 상태로 이겼는데 그걸 모른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며 "우리의 야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선수들이 느껴야 한다. 한일전 같은 교류전을 만들어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오른쪽 다섯번째)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각 구단 대표이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오른쪽 다섯번째)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각 구단 대표이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구연 총재의 쓴소리는 계속됐다. 허 총재는 "지금은 (팬들과) 쌍방 소통을 해야 하는데 프로야구는 그만큼의 의식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니 불미스러운 일이 터진다. 재임 기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거"라며 "상벌위원회 조항을 한시적으로라도 (강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KBO) 사무국과 얘기하고 있다. 타이트하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정호의 선수 복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BO는 지난 18일 키움 히어로즈가 낸 '강정호의 임의해지(임의탈퇴) 복귀 승인 요청'을 수락하지 않고 있다. 강정호는 음주운전 3회 적발로 사실상 KBO리그에서 퇴출당했다. 2020년 6월 리그 복귀를 포기,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았지만 최근 선수 복귀를 선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허구연 총재는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근무해 보고를 받고 있다.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야 하고, 고려할 사안도 상당히 많다.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해설할 때는 룰 북을 많이 봤는데 지금은 규약 집만 많이 보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음주운전 처벌을 강조한) '윤창호법'이 생겼고 프로야구가 사회적으로 주는 메시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술을 먹으면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는 현재 프로야구 신축구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의 핵심 공략 중 하나였던 새 야구장은 당초 2025년 개장을 목표로 진행됐다. 하지만 신축구장 부지인 한밭종합운동장 철거를 놓고 관할 자치구와 대립하고 있다. 허구연 총재는 "4월 10일 정도 대전에 가서 허태정 시장과 (경기를) 관전한다. 얘길 들어보고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와 입장을 밝히겠다"며 "(신축구장 계획을 무력화하는 건) 말 그대로 정치적으로 스포츠를 이용하는 게 아닌가. 강한 발언일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KBO가 그런 스탠스를 취하면 안 된다. 지자체가 구단에 갑질하고 구단의 소중함을 모르면 왜 여기에 있나. 떠나야지. 떠나봐야 지자체가 (야구단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 아닌가. 총재 권한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취임식에서 팬서비스를 강조한 허구연 총재는 오는 31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추신수, 김광현(이상 SSG 랜더스)을 비롯한 선수들을 만나 관련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그는 "구단에서 돈(연봉)을 주지만 실제로는 팬이 주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선수들이 많이 느끼고 진정으로 팬들에게 서비스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허구연 총재는 재임 기간 혁신 과제로 MZ 세대 위원회 창설, 야구 센터 건립, 디지털 기반 야구 산업화, 선수 권익을 위한 제도 재정비 등을 꼽았다. 허 총재의 임기는 정지택 전 총재의 잔여 임기인 2023년 12월 31일까지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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