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스윙 제로, 한 단계 진화를 꿈꾸는 이정후
일간스포츠

입력 2022.04.05 06:07

배중현 기자
정규시즌 첫 두 경기에서 헛스윙을 전혀 하지 않은 이정후. 그만큼 타석에서의 위압감은 더 커졌다. IS 포토

정규시즌 첫 두 경기에서 헛스윙을 전혀 하지 않은 이정후. 그만큼 타석에서의 위압감은 더 커졌다. IS 포토

 
단 한 번의 헛스윙도 허락하지 않는다.
 
'타격 기계' 이정후(24 키움·히어로즈)는 지난 주말 롯데 자이언츠와 정규시즌 개막 2연전에서 타율 4할(10타수 4안타)을 기록했다. 지난해 리그 타격왕답게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장타율(0.500)과 출루율(0.400)을 합한 OPS도 0.900로 수준급이었다.
 
눈길을 끄는 건 헛스윙이다. 이정후는 두 경기에서 총 16번의 스윙을 했는데 단 한 번도 배트가 헛돌지 않았다. 파울이 6번, 나머지는 모두 인플레이 타구로 연결됐다. 9타석 이상 소화한 리그 32명의 타자 중 헛스윙이 '0'인 타자는 이정후를 비롯해 정은원(한화 이글스) 한유섬(SSG 랜더스) 조용호(KT 위즈)까지 4명. 이 중 삼진까지 없는 선수는 이정후와 한유섬뿐이다. 시즌 초반이라 표본이 많지 않지만, 이정후의 헛스윙 비율만큼은 단연 리그 최정상급이다.
 
이정후는 3일 롯데전이 끝난 뒤 "(헛스윙이 적으니) 좋은 타구가 나오는 것 같다"며 "스윙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보다 스윙할 때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려고 한다. 최대한 파울을 치지 않으려고 연습 때부터 노력하고 있다"고 달라진 부분을 설명했다.
 
이정후는 데뷔 때부터 헛스윙과 거리가 멀었다. 프로 첫 시즌이던 2017년 헛스윙 비율이 4.4%(리그 평균 8.6%)로 규정타석을 채운 46명의 타자 중 44위였다. 이듬해에는 이 수치를 3.6%(리그 평균 9.8%)까지 낮췄다. 2019년과 2020년에도 3%대 헛스윙 비율을 유지했다.
 
지난해 이정후는 개인 첫 2%대 헛스윙 비율(2.9%)을 기록하며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리그에서 그보다 헛스윙 비율이 낮은 건 이용규(키움·2.8%)와 김선빈(KIA 타이거즈·2.4%)밖에 없었다. 관심이 쏠린 올 시즌에는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더 향상된 모습이다.
 
헛스윙 비율이 낮다고 무조건 좋은 타자가 아니다.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3개를 지켜보면 헛스윙 비율은 '0'이지만 결과는 3구 삼진이다. 지난해 김상수(삼성 라이온즈)의 헛스윙 비율은 4.5%로 낮았지만, 그의 타율이 0.235로 떨어졌다. 낮은 헛스윙 비율을 높은 타율로 연결하는 건 타자의 역량이다.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키움히어로즈의 연습경기가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이정후가 더그아웃에서 푸이그의 옆에서 얘기를 들어주고 있다.  대전=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2.03.04/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키움히어로즈의 연습경기가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이정후가 더그아웃에서 푸이그의 옆에서 얘기를 들어주고 있다. 대전=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2.03.04/

 
이정후는 이 부분에서 '정석'에 가깝다.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는 이정후에 대해 "타석에서 대처 능력이 좋다.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오는 공을 배트에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 나쁜 공에는 배트가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정후는 '반성의 아이콘'이다. 매년 리그 최상위 성적을 거두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2019년 한국시리즈에선 두산 베어스에 4전 전패를 당한 뒤 "나와 팀 모두 이 감정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울분을 삼켰다. 시리즈 타율 0.412로 맹타를 휘둘렀지만 "중요할 때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2020년 6월에는 조아제약 월간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뒤 "타점을 더 해야 하고 볼넷도 더 골라내야 한다. 도루도 더 해야 한다. 할 게 많다"며 스스로를 독려했다. 
 
그 결과 끊임없이 성장한다. 홈런이 부족하다고 느낀 2020년에는 발사각(15.8도→17.9도)을 높였고, 타구 속도(133.1㎞/h→137.6㎞/h)를 증가시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해에는 타격왕 타이틀을 손에 넣으며 개인 한 시즌 최고 출루율 기록(0.438)도 갈아치웠다. 리그 정상급 교타자이자 팀 선배인 이용규는 지난해 "이정후가 가장 뛰어난 점은 타석에서의 집중력과 정확성"이라며 "올해보다 내년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앞으로 KBO리그에서 누구도 남기지 못했던 기록을 써나갈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후를 향한 홍원기 키움 감독의 신뢰는 대단하다. 지난해 10월 이정후가 18타수 무안타로 부진할 때도 "타격 파트에서 따로 주문하는 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간혹 슬럼프 조짐을 보이더라도 "알아서 하는 선수"라는 얘기가 가장 먼저 나온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하는 이정후의 성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약점이 거의 없지만 '헛스윙 비율을 낮추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첫 두 경기에선 완벽함에 가까웠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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