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11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 3과 3분의 1이닝 5피안타(1피홈런) 6실점 했다. 피안타 5개 중 4개를 4회 집중적으로 허용하며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투구 수는 70개(스트라이크 43개)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긴 이닝을 버티기 힘든 경기력이었다. 류현진이 4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건 부상으로 지난해 9월 18일 미네소타 트윈스(2이닝 5피안타 5실점) 이후 처음이다.
승리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토론토 타선은 경기 시작부터 텍사스 선발 스펜서 하워드(3이닝 6실점)를 두들겼다. 1회 말 선두타자 조지 스프링어의 솔로 홈런과 2사 2, 3루에서 터진 채프먼의 스리런 홈런을 묶어 4-0 리드를 잡았다.
류현진은 2회 초 닉 솔락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볼카운트가 2볼에서 던진 3구째 시속 91.3마일(146.9㎞) 포심패스트볼이 오른쪽 펜스를 넘어가는 장타로 연결됐다. 토론토 타선은 곧바로 반격했다. 2회 말 대니 젠슨, 3회 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솔로 홈런으로 류현진을 지원했다. 메이저리그(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젠슨의 홈런 순간 토론토의 승리 확률(Win Probability)은 88%, 게레로 주니어의 홈런 직후에는 94%까지 수치가 상승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6-1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4회 초 선두타자 미치 가버를 풀카운트 볼넷으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1사 1루에서 앤디 이바네스의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가 터졌다. 위기는 계속됐다. 후속 솔락의 안타로 1사 1, 3루. 이어 찰리 컬버슨에게 던진 2구째 시속 85.5마일(137.5㎞) 컷패스트볼(커터)이 유격수와 2루수 시프트를 뚫고 적시타가 됐다. 허술한 중계 플레이를 틈타 컬버슨이 2루까지 진루했고 1사 2, 3루 조나 하임 타석에서 투수 직격 내야 안타가 나왔다.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선택한 5구째 커터가 류현진의 왼 다리를 맞고 굴절, 그 사이 3루 주자 솔락이 득점했다.
곧바로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6-4로 앞선 4회 초 1사 1, 3루에서 불펜을 가동했다. 타구에 맞은 류현진의 몸 상태와 구위를 모두 고려한 결정으로 보였다. 뒤이어 등판한 줄리안 메리웨더가 브래드 밀러에게 동점 2타점 적시타를 허용, 류현진의 실점이 4점에서 6점으로 늘어났다. 메리웨더는 2사 2루 코리 시거 타석 때 역전 적시타까지 맞았다. 토론토는 5회와 7회 초 각각 2점과 3점을 추가 실점하며 6-12로 무릎 꿇었다. 텍사스와 개막 3연전 중 첫 두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던 토론토의 시즌 첫 패배였다.
이날 류현진은 모든 구종의 위력이 떨어졌다. 특히 커터가 문제였다. 커터는 투구 수 11개 중 헛스윙 제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것도 없었다. 피안타 5개 중 3개의 결정구도 커터였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류현진은 경기 초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잘 이용했다. 구속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4회 들어 타자들이 바깥쪽 커터를 노리는데 고집스럽게 그 코스로 던지더라"며 "류현진의 강점은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하는 건데 이 부분이 아쉬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