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총 172명으로 꾸려진 명단에는 만 24세 이하 또는 입단 3년 차 이하 선수 131명(신인 22명)과 나이 제한 없이 뽑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 27명, 아마추어 선수 14명이 이름을 올렸다. KBO는 "대표팀 육성과 성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선수단 구성을 최우선 선발 원칙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관심이 쏠린 건 와일드카드였다. 아시안게임 야구는 축구와 달리 연령별 참가 조건이 없다. 축구는 23세 이하로 대표팀을 꾸리고 연령 제한 없는 3명의 선수가 와일드카드로 합류한다. KBO리그는 프로선수들이 뛰기 시작한 1998년 방콕 대회부터 사실상 각 팀 주전급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지난해 도쿄 올림픽 노메달 수모를 겪은 뒤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자체적으로 출전 연령을 제한하고 와일드카드 제도를 신설한 것이다. 이 내용은 지난해 9월 2일 KBO가 발표한 국가대표 경쟁력 강화 방안의 큰 테두리다.
비슷한 시기 열린 실행위원회(단장 모임)에서도 KBO는 '세대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4세 이하 나이 제한과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이 논의됐다. 한 구단 관계자는 "나이 제한과 와일드카드 모두 KBO에서 먼저 얘길 꺼낸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도 "24세 이하 나이 제한을 먼저 제안한 건 KBO가 맞다"며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 중단 없이 리그를 운영한다는 것도 (성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최고의 선수로 와일드카드를 꾸린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했다.
KBO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 리그를 정상적으로 운영한다. 리그를 중단했던 도쿄 올림픽과 다르다. 아시안게임의 중요성을 고려해 대표팀의 힘을 빼고 리그에 집중하자는 의미가 강했다.
그런데 9일 발표된 와일드카드 명단에는 주전급 선수가 다수 포함됐다.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김광현(SSG 랜더스)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물론이고 양의지(NC 다이노스) 유강남(LG 트윈스)을 비롯해 각 구단의 주전 포수가 하나같이 이름을 올렸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 가까이 재활 치료 중인 언더핸드 박종훈(SSG)까지 예비 명단에 승선했다. A 구단 단장은 "각 팀의 주축 선수가 빠지면 리그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베테랑 선수를 차출하면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리그를 중단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기존 취지대로) 젊은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꾸려 리그 흥행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야 한다. 지금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했다. B 구단 단장은 "실행위원회 때 나온 얘기와 예비 명단의 기조가 너무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KBO는 와일드카드 3명을 구단별 최대 1명으로 제한했다. 와일드카드를 포함, 구단당 최대 3명까지만 선발할 방침이다. 벌써 야구계 안팎에선 "김광현과 양의지의 승선은 확정적"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아시안게임 성적을 노린다면 (기존에 하던 대로) 차라리 주전급 선수를 데려가고, 세대교체가 목표라면 24세 이하로만 대표팀을 꾸려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