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 골프클럽 올드 코스(파71).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22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최종 라운드 18번 홀(파4) 그린 위에 선 박상현(39)이 신중한 자세로 홀을 바라봤다. 홀과 8m 거리의 내리막 경사를 타고 버디 퍼트를 시도했다. 공은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박상현은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와 고글이 벗겨질 만큼 포효하면서 시원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치열했던 선두 경쟁 속에 한발 앞서가는 퍼트였다.
이 홀 버디로 박상현은 합계 10언더파로 이형준, 조성민, 이준석(호주·이상 9언더파) 등 공동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렸다. 시즌 개막전부터 펼쳐진 치열한 우승 경쟁을 이겨낸 박상현은 코리안투어 통산 11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억4000만원을 받았다. 2년 6개월 만에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트로피를 들어올린 박상현은 “갤러리들 응원을 받았더니 힘이 났다.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최종 라운드 우승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박상현, 이형준을 비롯해 조성민, 김민규(5위·8언더파), 김한별(공동 6위·6언더파), 이상엽(공동 17위·2언더파) 등이 선두권을 오르내렸다. 혼전 중에서 마지막에 웃은 건 박상현이었다. 그는 선두와 5타 차 밀린 상태에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다. 선두와 타수 차가 벌어지자 “정신차려야겠다”는 의미로 아내, 두 아들을 골프장에 초대했다. 그는 파죽지세로 타수를 줄여갔다. 8번 홀(파4)에선 홀과 110m 거리에서 시도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들어가는 샷 이글을 성공시켰다.
이어 4명이 공동 선두에 올라있던 상황에서 18번 홀 짜릿한 버디 퍼트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박상현은 마지막날에만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다른 경쟁자들을 제쳤다. 박상현은 그린 주변에 있던 큰 아들 박시원 군이 물을 뿌려주는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꼭 퍼트를 집어넣어야겠단 생각밖에 없었다. 작년 최종전 때 마지막 퍼트를 놓쳐 대상 2위로 끝났다. 2등은 이제 그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 갖고 친 게 운 좋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대회 첫날 “올 시즌 목표는 5승”이라고 호기롭게 말했던 그는 “이제 4승 남았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