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새 외국인 좌완 투수 찰리 반즈(27)는 18일 기준으로 다승 공동 1위(3승) 탈삼진 1위(28개) 평균자책점 2위(0.68)에 올라있다. 가장 최근 등판인 지난 17일 KT 위즈와 홈 경기에서는 8과 3분의 2이닝 동안 6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홈 첫 등판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반즈는 "롯데 팬들의 에너지를 받아 좋은 투구를 펼칠 수 있었다"며 웃었다.
반즈는 '좌승사자'로 통한다. 좌타자를 상대로 워낙 강한 면모를 보여서다. 올 시즌 좌타자 피안타율이 0.080으로 상당히 낮다. 우타자 피안타율(0.264)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차이 난다. 좌타자 상대 OPS(출루율+장타율)도 0.259에 그친다. 롯데 최장수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도 좌타자 승부에 굉장히 강한 면모를 자랑했는데, 그의 2015~2018년 좌타자 통산 피안타율이 0.223였다.
반즈는 좌타자 몸쪽 승부를 잘하면서,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지녔다. 좌타자의 몸쪽을 공략한 뒤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로 공략한다. 좌타자 입장에선 공이 더 멀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반즈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179로 구종 중 가장 낮다.
반즈의 직구가 빠르지는 않지만 제구력(9이닝당 볼넷 2.73개)이 뛰어나다. 변화구도 잘 구사한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결정구를 무기로 탈삼진(9이닝 당 9.57개)도 많다. 사이드암에 가까운 낮은 팔 궤적과 디셉션(타자에게 잘 보이지 않도록 공을 숨기는 동작) 탓에 상대하기 더 까다롭다. 지난 17일 반즈를 상대한 이강철 KT 감독은 "우리 타자들이 못 친 게 아니라 반즈가 잘 던지더라. 워낙 영리하게 던져서 한 구종을 노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반즈에게 또 돋보이는 점은 등판 간격이다. 나흘 휴식 후 등판을 거듭한다. 지난 2일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 이후 세 차례 등판 모두 4일만 쉬고 마운드에 올랐다. 월요일이 휴식일로 지정된 KBO리그에선 대다수 외국인 투수도 로테이션에 따라 5일 휴식 후 등판한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미국에서만 활동한) 반즈는 5일 간격으로 등판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가능한 이에 맞춰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반즈의 의사도 반영됐다. 자주 등판해도 잘 던진다. 이는 곧 롯데의 승리 확률을 올려준다. 롯데가 18일까지 얻은 7승(6패) 중 3승을 반즈가 책임졌다. 더군다나 롯데는 박세웅을 제외하면 아직 믿을만한 토종 선발 투수가 없다. 반즈가 자주 등판하면 벤치의 로테이션 고민을 덜어준다. 반즈는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26과 3분의 1이닝을 던졌고, 경기당 투구 수도 102개에 이른다.
반즈는 미국 마이너리그 통산 77경기(선발 75경기)에서 23승 20패 3.7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미네소타 트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해 9경기(선발 8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5.92를 기록했다. 승리는 없었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롯데는 반즈와 총액 61만 달러(7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외국인 선수 첫 시즌 연봉 상한선(100만 달러)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39만 달러를 이적료로 쓸 만큼 기대를 내비쳤다. 반즈는 팀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