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24일 아리엘 미란다를 1군에서 말소했다. 좀처럼 부진에서 빠져나오고 있지 못한 탓이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86으로 문제 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내용이 심각하다. 미란다는 지난 23일 LG 트윈스전에서 선발로 등판했지만 3이닝밖에 투구하지 못했다. 직구가 여전히 시속 140㎞ 초중반에 머물렀다. 시속 130㎞대 직구도 제법 나왔다. 구위도 심각했다. 볼넷이 6개에 달했고 59구 중 스트라이크(25구)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미란다의 부침은 지난 시즌 말부터 이어진 문제다. 지난해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 225탈삼진을 기록하고 투수 골든글러브와 MVP를 수상했지만, 225탈삼진을 기록한 후 어깨 부상으로 마운드를 이탈했다. 한국시리즈에서 5이닝 1실점으로 건재함을 알리며 2년 차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190만 달러에 두산과 재계약했으나 올해도 어깨가 발목을 잡았다. 시범경기부터 구위가 떨어졌고 결국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지난 1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복귀했지만 작년의 미란다가 아니었다. 이후 2경기에서 제구 난조가 이어졌고 구속 회복도 더뎠다. 2경기에서 소화한 이닝도 단 7이닝에 불과했다.
17일 등판 이후 "세 번의 기회를 주겠다"던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결국 한 번의 '기회' 후 바로 칼을 빼 들었다. 김 감독은 24일 “미란다 본인이 안 아프다고는 하는데 정상이 아니다"라며 "기회를 1군에서 준다는 건 아니다. 2군에서 던져보고 좋은 모습이 나와야 다시 올려야 한다. 지금은 일단 경기 운영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장 특별한 해결책도 없다. 김 감독은 "본인이 안 아프다고 하니 검진 같은 것도 예정에 없다"고 전했다.
두산은 시즌 초 우려했던 스탁(평균자책점 2.13·25일 기준)이 호투하면서 최소한의 여유는 생겼다. 미란다의 빈자리는 지난해부터 김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2년 차 왼손 투수 최승용이 들어간다. 고민할 여유는 생겼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 미란다를 교체하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두산이 딜레마에 빠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