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는 지난 26일 열린 수원 KT 위즈전에서 4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5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KIA의 10-5 완승을 이끌었다. 2회 초 첫 타석에서는 오른쪽으로 쏠린 상대 수비 시프트를 뚫고 우중간 안타를 쳤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외야 가운데로 총알 같은 타구를 보냈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왼쪽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때려냈다.
최형우는 개막 10경기에서 장타 없이 타율 0.107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9경기에서는 타율 0.303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큰 스윙보다 가볍게 밀어치는 장면이 늘어났다. 타석에서 공을 많이 보면서 투수와 신중하게 승부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타격 자세다. 최형우는 원래 오른무릎이 허리선까지 올라갈 만큼 큰 레그킥(leg kick)을 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를 잠시 버렸다. 23일 키움 히어로즈전 세 번째 타석까지는 기존 타격 자세를 유지했지만, 연속 삼진을 당한 뒤 나선 8회 초 네 번째 타석부터 오른 다리를 먼저 지면에 툭 디딘 뒤 키킹(kicking)을 거의 하지 않고 스윙했다.
이튿날(24일) 키움전 다섯 타석 때도 사이드암 투수, 정통파 투수를 가리지 않고 달라진 타격 자세로 투수와 상대했다. 주중 첫 경기였던 26일 KT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형우는 지난 2019년에도 고질적인 허리 통증 탓에 왼 다리에 힘을 싣기 어려워지자, 오른발을 지면에서 거의 떼지 않는 토탭(toe-tap) 방식으로 변화를 줘서 타격 타이밍을 맞추려고 했다. 이후에도 몸 상태나 상황에 맞는 타격을 위해 자세를 바꿨다. 그런 최형우의 모습은 다른 팀 후배 강백호(KT)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강백호도 지난 시즌(2021) 전반기 투수 유형에 따라 레그킥과 토탭을 병행했다.
최형우는 현재 투수들의 빠른 공에 대처하는 자신의 스윙이 늦다고 판단한 것 같다. 올 시즌부터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대응력도 키워야 했다. 일단 결과도 좋다. 레그킥을 버리면 장타력이 저하되기 마련이지만, 최형우는 타격 자세를 바꾼 뒤 2루타 2개를 때려냈다. 26일 KT전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밀어쳐 왼쪽 담장을 직격하는 홈런성 타구를 만들었다.
최형우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KIA의 화력도 강해지고 있다. KIA는 24일 키움전, 26일 KT전에서 모두 두 자릿수 안타와 득점을 해냈다. 나성범은 꾸준히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고, 지난해 주전 1루수로 올라선 황대인도 최근 뜨겁다. '슈퍼루키' 김도영과 새 주전 좌익수 김석환도 개막 초반 부진을 딛고 상승세를 탔다. 24일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공격형 포수' 박동원도 26일 KIA 데뷔전에서 투런 홈런을 쳤다.
KIA는 지난겨울부터 자유계약선수(FA) 영입과 트레이드를 통해 공격력 강화를 노렸다. 기존 주축 타자들이 제 몫을 해줘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최형우의 반등은 KIA 공격력 강화의 화룡점정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