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박해민은 LG 트윈스와 4년 총 60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하며 이적했다. LG의 공·수·주 전력을 한층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막상 뚜껑을 여니 수비와 주루에는 슬럼프가 없었지만, 공격력은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27일 기준으로 타율 0.185에 그친다.
다만 최근 5경기만 놓고 보면 타율 0.278, 출루율 0.435로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런 회복 조짐은 1번 타자 자리를 되찾으면서 시작됐다. 박해민은 지난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 5경기 연속 리드오프를 맡고 있다. 삼성 시절 줄곧 1번 타자를 맡았지만, LG 이적 후에는 2번 타순에 주로 배치됐다. LG는 지난해 출루율 1위 홍창기를 그대로 두면서,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박해민을 2번에 배치해 팀 득점력을 높이려고 구상했다. 홍창기가 허리 부상을 털고 4월 10일 복귀하면서 2번으로 나섰던 박해민은 최근 다시 1번 타순으로 돌아왔다.
1번 박해민-3번 홍창기 카드를 꺼낸 류지현 LG 감독은 "홍창기의 출루율이 높다. 뒤에 나오는 박해민이 (부담을 느끼는 탓에) 버거워 보이더라"고 했다. LG는 지난해에도 1번 홍창기와 중심타선을 잇는 2번 타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류 감독은 "팀 내에서 유일하게 홍창기를 앞에 두고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수가 김현수밖에 없다"며 타순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해민은 리드오프로 돌아온 뒤 5경기 연속 1회 출루했다. 1회부터 안타 2개, 볼넷 3개로 모두 출루했고 그 가운데 4차례 선제 득점까지 올렸다. 리드오프가 1회 출루해 선제점을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팀 승리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LG의 올 시즌 선취 득점 시 승률은 0.833(10승 2패)으로 2위다.
박해민은 27일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도 1회 앨버트 수아레즈에게 볼넷을 얻어 걸어 나가 3번 홍창기의 결승 2루타 때 득점했다. 2-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에는 빠른 발을 활용해 선두타자 내야 안타로 출루, 추가 5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해민에게도 따뜻한 시기가 점점 다가온다. 박해민은 슬로 스타터 유형에 가깝다. 월별 타율을 보면 3~4월 0.253으로 가장 낮다. 개인 통산 타율(0.284)에 훨씬 못 미친다. 10월(0.311) 6월(0.303) 5월(0.290) 순으로 월별 타율이 높다. 류지현 감독도 "박해민이 삼성 시절에도 4월에 성적이 안 좋았다. 점점 좋아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