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타오르지 않았던 두산 베어스 타선에 불이 붙고 있다. 베테랑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34)가 방아쇠다.
두산은 지난달 장타율 0.317(8위) 7홈런(10위) 순장타율 0.074(10위)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중심 타선을 지켰던 박건우(NC 다이노스)의 빈자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양석환이 복사근 부상에서 복귀하지 못하는 가운데 4년 115억원을 받고 잔류한 김재환과 4년 차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모두 잠잠했다. 김재환(타율 0.229)이 콘택트 문제에 시달렸고, 페르난데스(타율 0.295)의 장타율은 0.347(이상 4월 기준)에 그쳤다.
페르난데스는 특히 심각했다. 수비력이 떨어지고 발이 느린 그는 특유의 중장거리 타격으로 한국 야구에서 살아남았다. 올해도 맞히는 능력은 여전했지만 타구 질이 떨어지니 병살타가 급증했다. 이미 프로야구 단일시즌 병살타 1위(2020년 26개)와 2위(2021년 25개)를 보유한 그는 올해 한 달 만에 벌써 10개를 쌓았다. 지난 30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3연타석 병살타로 리그 역대 3번째 불명예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페르난데스에 대해 "배트 스피드가 많이 떨어졌다. 공을 잡아놓고 몸 회전을 통해 때려내야 하는데 자꾸 앞에서 (공을) 맞혀 문제가 생긴다"며 "뭔가 좋지 않은 부분이 있으니까 나쁜 공에 방망이를 갖다 댄다. 치지 않고 참거나 제대로 스윙을 해야 한다. 주자 상황에 맞게 타격하는 선수인데 (30일 경기에서는) 똑같은 공에 세 번을 당해 병살타를 쳤다"고 진단했다.
지난 1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는 두산도, 페르난데스도 달랐다. 두산 타선은 천적(2021시즌 두산전 평균자책점 1.07) 윌머 폰트를 상대로 1회부터 3점을 내는 등 11안타(4장타)를 몰아치며 9-0으로 완승했다.
3번 타자 페르난데스가 도화선이 됐다. 그는 1회 첫 타석부터 큼지막한 2루타로 무사 2, 3루 기회를 만들어 선취점으로 연결했다. 5회 초에도 안타를 추가한 그는 9회 초 쐐기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정규시즌 개막 한 달 만에 나온 마수걸이포였다. 페르난데스가 타오르자 5번 타자 허경민도 터졌다. 허경민은 1회 페르난데스가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자 적시타로 선취점을 만들었다. 이어 8회에도 2루타로 타점을 추가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페르난데스는 경기 후 “타격 밸런스는 나쁘지 않다”며 “시즌 첫 홈런을 치는데 딱 100타수가 필요했다. 예년보다 늦게 홈런이 나왔지만, 앞으로는 자주 담장을 넘길 수 있도록 하겠다. 팀이 연패를 끊어 기분 좋다”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