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CEO(최고경영자) 사장이 틀에 박힌 조직문화를 탈피하기 위해 직급을 떼고 구성원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직원들의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면서 '걱정' 대신 '도전'을 택하는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3일 LG전자가 새로운 조직문화의 방향성과 실천 방안을 주고받기 위해 온라인에서 마련한 '리인벤트 데이'는 임직원들의 성토 장이었다.
한 책임급 직원은 "우리 회사는 정체된 느낌,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일주일 내내 회의용 자료만 만들거나 종일 엉덩이가 큰 공룡처럼 앉아있다는 불만도 있었다. 위로 갈수록 소통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조 사장은 앞서 진행한 사내 설문조사에서 취합한 개선 요구사항을 토대로 8개의 핵심 가치(소통·민첩·도전·즐거움·신뢰·고객·미래 준비·치열)를 뽑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11가지 가이드를 제시했다.
이중 '그게 되겠어?는 해보면 알지!를 이길 수 없다' 가이드에 대해 조 사장은 "LG전자는 긴 전통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보니 사실 안 해본 방식,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라며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할 때 '그거 해봤는데 안 됐던 거야'라는 의견이 있지만 의문과 우려 대신 '제대로 해보자'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또 "동료들과 일하고 혁신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있다면 업무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고, 잘 안다면 당연히 잘할 수 있고, 잘하게 된다면 LG전자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능동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이 밖에도 행동에 더 집중하기 위해 보고의 군살은 빼고,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는 곧장 결과를 도출하기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의견은 의미가 곡해되지 않도록 적극적이고 솔직하게 나누자고 했다.
작년 말 조주완 CEO 취임 후 LG전자는 '최고의(First)', '유일한(Unique)', '새로운(New)' 고객 경험을 의미하는 'F·U·N' 전략을 공유한 바 있다.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불편까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행사가 끝난 뒤 임직원들에게 보낸 레터에서 "바꿀 수 있는 것들 바꿔봅시다.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 것들도 바꿔봅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