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가 'SK다운' 속공 농구로 천적을 잡았다. SK는 지난 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안양 KGC에 90-79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우승팀 SK에 KGC는 천적이었다. 상대전적 1승 5패로 철저하게 열세였다. 전희철 SK 감독은 2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정규리그에서 'KGC 3점 슛에 휘둘렸다'는 생각으로 모든 경기를 돌아봤다. 3점 슛을 많이 내준 건 맞는데 우리 야투가 너무 안 들어갔다. 성공률이 시즌 기록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우리의 장점을 못 살렸다는 의미"라며 "3박 4일 정도 준비한 걸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했다.
전희철 감독의 준비가 통했다. 1점 차 리드로 전반전을 마친 SK는 3쿼터에서 김선형을 중심으로 빅4(김선형, 최준용, 자밀 워니, 안영준)의 활약으로 승기를 잡았다. 김선형이 3쿼터 초반 안영준의 어시스트를 받아 3점 슛으로 포문을 열었다. 최준용도 상대 실책을 틈타 득점을 추가했다.
이어 김선형은 어시스트로 오재현의 득점에 힘을 보탠 뒤 워니의 수비 리바운드와 어시스트로 속공 득점까지 성공했다. 시소게임이었던 경기는 2분이 채 지나기 전에 8점 차로 벌어졌다. 김선형은 3쿼터 3분 1초가 남은 상황에서 변준형의 공을 스틸해 다시 속공에 성공했다. 9점 차. 김선형은 승리를 직감한 듯 바닥을 치며 크게 포효했다. SK는 4쿼터에도 리드를 지켜냈다. 김선형의 쐐기 3점 슛과 최준용의 덩크 슛으로 승리를 자축했다.
김선형은 경기 후 “한 마디로 맛있는 경기였다”며 “너무 재밌었다. 대서사시의 처음을 잘 장식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정규리그에서는 KGC의 안쪽으로 몰아가는 수비에 너무 급하게 대처했다. 리딩이 급해졌고 초반부터 계속 밀렸다"며 "이번에는 초반 경기 운영에 비중을 뒀다. 그래서 동료들도 살려줄 수 있었다. 전반에 시소게임만 해도 후반에 승기를 잡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주효했다”고 돌아봤다.
김선형은 KGC의 강점을 막기보다 SK의 장점을 살렸다고 했다. 그는 “정규리그에서 오마리 스펠맨과 전성현의 3점 슛을 막는 데에만 집중하다가 우리 공격을 못 했다"며 "수비의 큰 틀은 감독님이 정해주셨고, 수비 스페셜리스트가 있으니 믿고 맡겼다. 우리도 화력 싸움에 자신 있으니 KGC가 우리에 맞추도록 했다”고 전했다.
KGC는 기다렸던 1옵션 외국인 스펠맨의 부진이 뼈아프다. 정규리그 막판 무릎 골멍 증상으로 장기간 이탈했던 그는 6강 플레이오프(PO)와 4강 PO를 모두 결장한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복귀했지만 6점에 그쳤다. 체중이 늘었고 집중력도 정규리그만 못했다. 장염 증상으로 미디어데이 행사에 불참했던 변준형의 기량도 정상이 아니었다.
김승기 KGC 감독은 "스펠맨은 3점 슛이 들어가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잘할 것"이라며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하더라. 1차전 실패를 설욕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선수들이 약이 올라 있다"고 말했다. 두 팀은 4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두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역대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0.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