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실점 뒤 버티기, 데스파이네 교체 타이밍 딜레마
일간스포츠

입력 2022.05.04 06:59 수정 2022.05.03 14:04

안희수 기자
 
 
KT 위즈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데스파이네(35)는 두 가지 독특한 루틴을 갖고 있다. 한 가지는 잘 알려진대로 4일 휴식 뒤 등판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휴식일(월요일)이 있는 KBO리그에서는 선발 투수 대부분 5일 휴식을 부여받고 다음 등판에 나선다.  
 
다른 한 가지는 투구수다. 데스파이네는 가급적 100구를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오려 한다. 이강철 감독과 투수 파트 코치들은 이런 루틴을 존중해줬다. 실제로 2020~2022시즌 총 73번 선발 등판한 데스파이네가 80구 이상 던지지 못한 경기는 2번뿐이다.  
 
문제는 데스파이네가 경기 초반 대량 실점한 경우다. 빠른 교체를 하자니, 다음 등판에서 선수의 심신이 흔들릴 게 우려된다. 루틴을 지켜주면 그 경기에서 승기를 내준 채 끌려가는 양상이 펼쳐진다. 지난 1일 고척키움 히어로즈전도 그랬다. 데스파이네는 1회 말에만 사사구 2개, 안타 개를 내주며 5실점 했다. 1회 투구수만 38개였다.  
 
1사 1·3루에서 야시엘 푸이그와 11구 승부를 했고,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이후 데스파이네의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커브는 가운데로 몰렸다.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2~5회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기선을 내준 KT는 경기 내내 끌려갔고, 3-9로 완패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 경기를 두고 "1·2회에 많은 점수를 내준 경기에선 꼭 이후 몇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더라. 본인도 투구수 루틴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도 이미 승기를 내주면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선수 시절 포지션을 떠나서 초보 감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선택이 투수 교체다. 특히 선발 투수가 3이닝도 버티지 못했을 때는 "막막하다"라는 표현을 한다. 투수 출신에 통산 457경기를 치른 이강철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전 몇 경기에서 불펜진 소모가 컸다면, 어쩔 수 없이 선발 투수에게 한 이닝이라도 더 맡길 수밖에 없다. 1일 키움전도 그런 상황을 고려해 데스파이네에게 5회까지 맡겼다.  
 
이런 딜레마는 반복될 전망이다. 데스파이네는 KBO리그 통산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할 만큼 안정감을 주는 투수지만, 종종 빅이닝을 허용한다. 이때 구위나 제구 난조가 두드러지기 보다는 멘털을 다잡지 못하고 투구한다는 인상을 준다.  
 
데스파이네에게 등판 간격 루틴을 지켜주다 보니 다른 선발 투수들은 등판이 밀린다.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해도 규정이닝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규정이닝을 채워야 투수 부문 기록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소형준과 배제성은 올 시즌 목표로 커리어 최다 이닝이라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지도자와 동료들의 배려가 특혜로 보이지 않기 위해선 데스파이네도 책임감 있는 투구를 해줘야 한다. 등판한 경기에서 당연히 80~100구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강철 감독도 태도 문제가 불거지면 그냥 두고 보지 않을 전망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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