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곤살레스' 삼성 오재일
일간스포츠

입력 2022.05.16 16:24

배중현 기자
올 시즌 공격에선 부침을 보이지만 수비에선 기복 없는 플레이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태는 오재일. 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 시즌 공격에선 부침을 보이지만 수비에선 기복 없는 플레이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태는 오재일. 삼성 라이온즈 제공

 
아드리안 곤살레스(40)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한 시대를 풍미한 강타자다. 2004년 데뷔해 15년 동안 통산 317홈런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한 시즌 40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내로라하는 거포였던 그에게는 '숨은 가치'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수비였다. 통산 수비율이 0.9954로 최소 1만5000이닝 이상 소화한 1루수 중 역대 4위. 물 흐르듯 부드러운 수비를 앞세워 1루수 골드글러브(GG)를 네 번이나 받았다.
 
오재일(36·삼성 라이온즈)를 '대구의 곤살레스'라고 불러도 손색없다. 지난해 오재일의 수비율은 0.998로 800이닝 이상 소화한 1루수 중 1위였다. 올 시즌에도 16일 기준 수비율이 0.996로 200이닝 기준 2위(1위 황대인·0.997)다. 공격에선 약간 부침이 있지만, 수비에선 기복이 없다. 조동찬 삼성 수비코치는 "오재일은 야구 센스가 좋다. 키(1m87㎝)가 크고 팔다리도 길어서 수비 반경이 넓다. 바운드된 공도 잘 잡는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8일 삼성에 돌발 변수가 터졌다. 베테랑 2루수 김상수가 옆구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것이다. 이후 삼성은 프로 3년 차 김지찬(21)이 김상수의 빈자리를 채우고 신인 이재현(18)이 유격수로 출전하는 횟수가 늘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통틀어 삼성 키스톤 콤비의 나이가 가장 어리다. 두 선수 모두 타격과 주루는 기대 이상이지만 수비에선 보완이 필요하다. 김지찬이 실책 9개로 리그 1위, 이재현도 5개로 적지 않다. A 구단 전력분석원은 "오재일의 1루 수비가 아니었으면 두 선수의 실책이 더 늘었을 거다. 그만큼 오재일이 1루에서 해주는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빗나간 송구나 까다로운 원바운드 송구도 어렵지 않게 잡아낸다. 내야진의 수비 안정을 이끄는 일등공신이다.
 
매년 수비에서 숨은 가치를 드러내고 있는 오재일. 삼성 라이온즈 제공

매년 수비에서 숨은 가치를 드러내고 있는 오재일. 삼성 라이온즈 제공

 
조동찬 코치는 "(1루수가) 악송구를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 야수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수가 악송구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그러면 강하게 던져야 할 때 못 던지고 계속해서 소극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오재일처럼) 어떤 공이더라도 다 잡아주는 1루수가 있으면 훈련 때처럼 강하게 던질 수 있다. 1루수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내야수들의) 송구 능력이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찬과 이재현은 "(오재일 선배 덕분에)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은 1루가 고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팀을 떠난 2020시즌에는 타일러 살라디노, 최영진, 이원석을 비롯해 최소 8명의 선수가 선발 1루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 어떤 선수도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삼성은 그해 12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오재일을 영입했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해 과한 투자(4년 최대 50억원)라는 비판도 있었다.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컸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다. 오재일에게 바란 첫 번째 영입 효과는 타격이었지만, 수비에서의 존재감도 작지 않다.
 
오재일은 "아드리안 곤살레스는 너무 좋아하는 선수다. (현역 시절 뛰는 걸 보면) 타격도 수비도 부드럽고 쉽게 쉽게 하는 것 같았다"며 웃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했던 곤살레스처럼 오재일이 삼성의 1루를 지키고 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관련뉴스
I Hot
인기 VOD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