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는 지난 10일 처음으로 프로 무대를 밟았다. 지난 2주 동안 기록은 6경기 평균자책점 6.35. 평균자책점만 보면 부진한 것 같지만, 6경기 중 5경기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8회 셋업맨도 무난히 소화할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하다. 1군에 올려 2주 동안 지켜보겠다고 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첫 단계 합격점을 받는 데 성공했다.
문동주 육성 계획 1단계를 마친 한화는 이제 2단계에 돌입한다. 일반적인 불펜 투수 적응 과정과 다르다. 문동주의 육성 목표는 어디까지나 선발 투수이기 때문이다. 수베로 감독은 24일 “앞으로도 연투는 안 시킨다. 멀티 이닝을 소화시켜보려 한다. 등판할 때 반드시 2이닝을 던진다는 것은 아니고 필요에 따라 멀티 이닝을 맡겨 보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멀티 이닝 소화 후에는 투구 수를 보고 판단한다. 얼마나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투구했는지도 고려해봐야 한다. 하루에서 길게는 3일까지 휴식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동주의 호투에서 수베로 감독이 주목한 건 시속 150㎞ 중반을 던지는 구위가 아닌 중심 타선 상대로 흔들리지 않는 그의 멘털이다. 수베로 감독은 "문동주는 좋은 투수다. 투구 내용을 보면 단순히 결과가 좋은 게 아니다. 22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8회 셋업 상황에 등판해 키움 중심 타선을 상대했다. 1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호세 피렐라(25일 기준 타율 0.391·KBO리그 1위)가 포함된 2·3·4번 타자들을 막아냈다"며 "그의 재능(구위)보다 평정심이 더 돋보인다. 마운드에서 본인을 절제할 줄 안다. 선수로서의 신념도 있어 보인다. 본인을 믿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단계별 육성 코스는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지 않을 계획이다. 수베로 감독은 "현대 야구에서 단계별로 밟아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앞서가서도 안 되고 늦게 뒤처져서도 안 된다. 문동주는 미래에 선발을 해줘야 한다. 그 단계를 우리가 진행해가고 있다"며 "선발로 등판하는 게 올해가 될 수도 있고 내년이 될 수도 있지만, 결국 선발 보직을 맡는 게 맞는 그림”이라고 시간이 아닌 선수 중심의 육성 계획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1군 타자들을 완벽히 제압해 낸 문동주는 강속구를 뒷받침해줄 변화구 연마에도 더 집중할 계획이다. 수베로 감독은 “변화구를 계속 가다듬고 있다. 2군에서 배우고 왔다는 슬라이더를 1군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더 연마할 예정이다.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도 있다.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발로 던지려면 보통 세 구종을 갖춰 온전하게 던져야 한다. 온전하다는 건 어느 카운트에서든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잘 제구된 공을 던져야 한다는 뜻"이라며 "선발 투수가 오래 활약하려면 변화구를 어떤 카운트에서든 스트라이크로 던져야 한다. 투수가 처음에는 볼 카운트가 몰릴 때 직구로 승부를 볼 수 있겠지만, 그런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야 선발로서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