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 이진영(25)은 지난 4월 23일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에서 이적해왔다. 지난해까지 그의 통산 성적은 타율 0.189 21안타 2홈런 14타점에 불과했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OPS(출루율+장타율) 0.8 이상을 4시즌 기록하긴 했지만, 1군에서 그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리지 못했다.
5월 들어 그의 방망이가 뜨겁다. 올 시즌 타율은 0.254(25일 기준)에 불과하지만, 안타 17개 중 장타가 10개에 달한다. 통산 홈런이 2개뿐이었던 타자가 지난 5월 12일 이후 2주 동안 쏘아 올린 홈런만 5개에 이른다. 특히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4경기에서 홈런 3개를 몰아쳤다. 규정 타석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타석당 홈런 비율이 7.25%에 달한다. 홈런 1위 박병호(KT 위즈·8.89%)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타 대신 정타에 집중했지만, 오히려 홈런이 늘었다. 이진영은 25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작년까지는 홈런 욕심이 많았지만, 올해는 장타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준비했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얼떨떨하다"며 "장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공 중심을 맞힌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윙은 그대로지만 변화구 대처 능력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한화는 "이진영의 올해 홈런 중 60%(3개)가 변화구(슬라이더 2개, 체인지업 1개)를 쳐서 나왔다"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변화구 대처를 위해 투구 궤적을 익히는 타격 훈련과 변화구를 강하게 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경기 중 투수들의 투구 궤적을 보며 공략 가능한 변화구를 세어보는 훈련도 소화했다"고 소개했다.
김남형 한화 타격 코치도 "변화구 대응에 약점이 있었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좋아지고 있다. 24일 곽빈을 상대로 친 홈런도 슬라이더였다. 직구를 노리다가 본능적으로 타이밍을 조절했다. 경험이 쌓일수록 더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형 코치는 “이진영과 대화를 나눠보니 강하게 정타를 칠 수 있는 자신만의 존이 확립되어 있었다. 선수는 정확하게 라인드라이브로 치려고 하는데 장타가 나오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힘이 좋은 선수다. 군 복무를 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성실하게 한 덕에 파워가 늘었다"고 했다.
이진영은 “선발 기회를 받으면서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하루에 네 타석의 기회를 받으니 한 타석만 나갈 때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데뷔 후 이만큼 기회를 많이 받은 게 처음이다. 결과도 생각보다 잘 나오니 야구장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우익수로 출장하면서 관중석과 정말 가깝다.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난다”고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