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 25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에서 14-1로 대승을 거뒀다. 타선 폭발을 주도한 건 7번 타자로 출전했던 박정현이었다. 박정현은 이날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3루타와 홈런을 한 개씩 쳐내며 팀 대량 득점의 방아쇠가 됐다.
불타는 방망이와 달리 경기 중 웃지 못할 실수도 저지를 뻔했다. 이날 박정현은 2회 말 1타점 3루타를 치고 베이스 위에 서 있었다. 2사 상황에서 후속 타자 권광민이 최승용이 던진 6번째 공을 쳤다. 공은 파울 존으로 날아갔지만, 외야수 강현구가 이를 잡지 못했다. 타석이 끝나지 않은 상황. 갑자기 박정현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려 했다. 포구가 되었다고 착각했던 탓이다. 동료들이 정정해주면서 3루로 돌아간 그를 이닝 종료 후 수베로 감독이 찾았다.
당시 수베로 감독은 "박정현에게 '이러면 안 된다. 커피 차를 돌려야겠다. 대신 다음 타석에서 2루타를 치면 면제해주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박정현이 "홈런을 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되물었고, 수베로 감독은 "그럼 내가 사겠다"고 답했다. 농담은 현실이 됐다. 4회 말 2사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던 박정현은 최승용의 5구 시속 140㎞ 직구를 공략해 좌월 홈런(비거리 120m)을 쏘아 올렸다. 수베로 감독은 26일 인터뷰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박정현이 돌아오자 선수들이 '커피 트럭!'을 외치더라"고 웃었다. 그는 "내기 덕분에 분위기도 좀 더 좋아졌다. 이런 내기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유쾌하게 덧붙였다.
주인공이 된 박정현은 "평소에 내기에 강한 편은 아닌데, 홈런을 치겠다고 그냥 말한 것이 정말로 (홈런이) 나왔다. 감독님께서 평소에 농담을 많이 던지시는 편이다. 분위기도 많이 띄워주시고 좋게 이어가려고 하신다"며 "홈런을 쳤을 때는 커피 생각이 안 났는데 더그아웃에 돌아와 감독님을 뵈니 그때야 딱 떠오르더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