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쇼’ 박지빈 “성소수자 캐릭터, 가볍게 소비되지 않았으면 했다” [일문일답]
일간스포츠

입력 2022.05.27 08:40

이세빈 기자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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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3범, 생선 장수, 트렌스젠더. 배우 박지빈이 ‘살인자의 쇼핑목록’에서 생선 역을 통해 표현한 설정이다. 박지빈은 조심스러운 설정을 가진 생선 역을 한계 없는 연기로 소화하며 매 신마다 시청자들의 예상을 깨뜨렸다.
 
박지빈은 지난 25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살인자의 쇼핑목록’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생선 역을 소화하기 위한 노력, 작품을 통해 느낀 바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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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목록’을 선택한 이유는.
“대본이 재미있어서 했다. 3~4부까지 봤을 때 대본이 재미있었다. 생선이라는 역할이 꼭 필요해 보였다. 이후 출연이 확정됐을 때 ‘생선이 왜 트렌스젠더여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겼다. 생선이 왜 트렌스젠더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지 않고 이슈를 만들기 위한 인물이라면 표현하려는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것 같다는 우려가 있었다. 3부 마지막쯤에 안대성(이광수 분)이 생선을 잡고 취조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생선이라는 캐릭터를 조금이나마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트렌스젠더인 생선 역할이 부담스럽지 않았나.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처음에 역할을 접할 때도 감독님과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 미디어에 노출되었지만, 사람들이 다가가기에 조금 어색하지 않게 본질에 가깝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 점이 작품에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었다.”
 
-트렌스젠더뿐만 아니라 생선 장수, 전과 3범도 연기했다. 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균형을 잡기 어려웠을 것 같다.
“가장 컸던 부분은 트렌스젠더였다. 전과 3범은 과거였으니 대사로 충분히 표현됐었고, 마트에서 일하는 부분은 신으로 설명하려 했다. 트렌스젠더라는 캐릭터가 가볍게 소비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실제로 트렌스젠더에게 SNS로 ‘가볍게만 소비하지 않아줘서 감사하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런 메시지를 받으니 뭉클함이 있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최고의 칭찬이었던 것 같다.”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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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파는 장면은 어떻게 준비했나.
“가장 부담스러웠던 장면 중 하나다. 1~2부에서 말수가 없던 생선이라는 캐릭터에게 ‘얘가 이런 모습도 있네’라고 보여질 수 있는 신이었어서 ‘이걸 어떻게 표현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선글라스도 써보고 랩도 해보고 노래도 해봤다. 원래 대본에는 2~3줄이었다. 어떻게 하면 생선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서 나온 장면이다.”
 
-극 중 직접 화장하는 신이 화제가 됐다.
“이사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사배가 미디어를 하기 전부터 알고 지냈다. 나의 메이크업 선생님이었다. 직접 화장하는 신을 촬영할 때도 옆에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많이 물어봤다. 그래서 브러쉬로 칠하는 장면도 코칭을 해줬다.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하더라. 여장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잘 나오지 않았나 싶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나.
“여자인 자신보다 예쁘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댓글이 가장 감사했고 만족스러웠다. 작품적으로 보면 코믹과 스릴러의 경계를 잘 녹여냈다고 칭찬해준 것이 기억난다. 배우들끼리도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봤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이 결국 살인범을 쫓는 드라마다. 배우들은 처음부터 범인을 알았나.
“배우들끼리도 몰랐다. 리딩할 때도 몰랐는데 시청자들은 알더라. 그게 너무 신기했다. ‘제작사에서 일부러 스포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또 대본에는 없는 내용을 추리하면서 범인을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것들이 스릴러 장르를 연기하면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 간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처음부터 이광수와 진희경 선배가 호흡을 많이 이끌어줬다. 그래서 다들 더 빨리 친해졌다. 마지막에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끝났다. 8부작이라는 것이 아쉬웠다. 8부를 다 찍으니 딱 한 달이 걸리더라. 그때 8부가 짧다는 것을 느꼈다.”
 
-작품이 어떻게 남을 것 같은가.
“마트 엔딩의 분위기로 남지 않을까 싶다. 호흡이 너무 좋아서 기분 좋은 작품이었다. 촬영하면서도 좋았고, 반응 보는 재미도 있었다. 나 스스로에게도 도전이었고 참신했던 작품이었다.”
사진=커즈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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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단심’에서의 과거 이태 역 연기도 인상 깊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고, 시청자들이 아직도 아역으로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담감이 없었나.
“항상 많이 받는 질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붉은 단심’ 유영은 감독님은 내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나도 내가 왜 내가 필요한지 의문이었다. 1부의 60% 정도 나와서 과거 이태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는 말에 대본을 계속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했다.”
 
-유영은 감독이 말한 본인의 필요성을 찾았나.
“분명 더 좋은 배우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나한테 기대하는 부분이 있나 싶었다. 작품을 한 후 유영은 감독님께 원하는 만큼이 나왔는지 물어봤었다. 감독님은 너무 만족해하셔서 내 감정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서로의 끌림이다. 최근 동료들과 했던 이야기인데 이 직업은 우리가 쓰임이 있어야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유를 찾는 것 같다. ‘붉은 단심’도 그렇다. 어떤 때는 스트레스가. 어떤 때는 재미가 되기도 한다. 그 과정의 무한 반복인 것 같다.”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
“매번 내 텐션에 따라 다른데 지금 당장은 청춘멜로다. 20대 초반에는 센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청춘멜로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연기하고 싶다.”
 
-과거 촬영장에서 막내였다면 지금은 고연차 선배다. 마음가짐에 있어 달라진 부분이 있나.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진희경 선배 다음으로 내가 연차가 높았다. 그래서 그걸로 굉장히 놀림당했다. 촬영장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감독님들이 인사를 해주셨는데, 옛날에 같이 작품을 한 적이 있더라. 그런 것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2001년에 데뷔하고 22년 차가 됐다. 앞으로의 20년은 어떻게 채워나가고 싶은가.
“어떻게 채우는지 모르게 지나가지 않을까 싶다. 40대 배우로서 기자들을 만날 수도 있다. 이후 20년은 그렇게 똑같을 것 같다.”
 
이세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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