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냉정한 평가와 구단 신뢰, 50홈런 향해 걷는 박병호
일간스포츠

입력 2022.05.27 06:30 수정 2022.05.27 02:41

배중현 기자
올 시즌 KT 위즈로 이적해 리그 단독 홈런 1위로 반등에 성공한 박병호. [연합뉴스]

올 시즌 KT 위즈로 이적해 리그 단독 홈런 1위로 반등에 성공한 박병호. [연합뉴스]

 
거포 박병호(36·KT 위즈)가 지난 2년의 '악몽'을 지워내고 있다. 냉정한 자기 평가와 구단의 신뢰가 원동력이다.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가 예사롭지 않다. 박병호는 26일까지 정규시즌 45경기(KT 46경기 소화)에서 홈런 16개를 때려냈다. 잔여 일정을 고려하면 홈런 34개를 추가, 50개로 시즌을 마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뛰던 2015년 53개 이후 7년 만에 50홈런 고지를 노린다. KBO리그 50홈런 타자도 2015년 그가 마지막이다.
 
깜짝 놀랄만한 반등이다. 박병호는 자타 공인하는 홈런 타자다. KBO리그에서 홈런왕만 다섯 번 차지했다. 문제는 흐름이었다. 지난해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로 8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지만, 타율이 0.227로 낮았다. 규정타석을 채운 53명의 타자 중 최하위. 2020년(0.223)에 이어 2년 연속 타율이 크게 떨어졌다.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인 RC/27도 4.77(1위 강백호·9.85)로 바닥을 찍었다. 박병호는 2018년 RC/27이 13.20으로 리그 전체 1위였다. 대부분의 공격 지표가 하락하면서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키움을 떠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박병호의 반등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 키움과의 내부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이 원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오가지 않을 정도였다. 반면 KT는 그의 가치가 여전하다고 판단, 3년 최대 30억원에 계약했다. FA 이적 보상금(22억5000만원)을 포함하면 50억원이 넘는 대형 투자였다.
 
 
박병호는 떨어졌던 자신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리그를 호령하던 홈런왕의 면모를 회복 중이다. 그는 "지난 2년의 기록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KT라는) 새로운 환경으로 넘어오면서 새롭게 뛴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FA 이적이 분위기를 전환하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무리하게 과거를 쫓지 않았다. 박병호는 "안 좋다고 지적받던 부분을 인정하면서 변화를 준 게 크다. 2년 동안 좋지 않으니 '(나쁜 결과를) 정말 받아들여야 하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결심하는 게 좀 어려웠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4월 말부터 타격 타이밍을 빨리 잡고 있다. (홈런이 늘어난 이유 중) 이게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KT 1군 타격을 맡고 있는 김강 코치는 박병호보다 두 살 젊다. 지도력을 인정받는 젊은 코치이지만 그가 선수 시절 1군에서 친 홈런이 단 하나도 없다. 지난 2년의 실패를 인정한 박병호는 김강 코치와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구단의 신뢰도 침묵하던 박병호를 깨웠다. 박병호는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타격 부진에 따른 고민이 컸다. 홈런이 줄고, 삼진이 늘면서 슬럼프의 골이 깊어졌다. 올 시즌에는 다르다. 여전히 삼진이 많지만, 과감하게 배트를 휘두른다. 이강철 KT 감독은 그를 믿고 4번 타순에 고정한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박병호의 평균 타구 속도는 인플레이 타구 기준 지난해 139.3㎞/h에서 140.6㎞/h로 빨라졌다. 발사각(22.9→25.3)까지 올라가면서 더 빠르고 강한 타구가 외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올 시즌 50홈런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박병호. [연합뉴스]

올 시즌 50홈런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박병호. [연합뉴스]

 
지난 25일 NC 다이노스전은 '2022년의 박병호'를 압축한 경기였다. 박병호는 1-2로 뒤진 9회 초 2사 후 결승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앞선 세 타석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해결사 본능을 드러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뒤 "박병호는 역시 박병호"라고 했다.
 
'히어로즈 홈런왕' 박병호는 KT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열었다. 그는 "삼진 3개를 당하더라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중요한 순간에 한 번 치는 게 내 역할'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KT의 간판스타 강백호가 부상 중이고,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는 26일 퇴출됐다.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면서 KT는 8위까지 처졌다. 박병호는 KT 팀 홈런의 55%(26일 기준)를 홀로 책임지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반등한 홈런왕은 타이틀을 향해 뛰지 않는다. 그는 "목표는 딱히 없다. 웃으면서 시즌을 끝냈으면 한다. 지난 2년 (부진)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거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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