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섬은 지난 2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4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해 2안타(1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1회 초 1사 2·3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기록했고, 7회 초에는 4-5로 뒤처진 상황에서 우월 2점 홈런으로 경기 분위기를 뒤집었다.
올 시즌 한유섬은 '콘택트형' 해결사다. 지난해까지 한유섬은 콘택트보다는 파워에 집중된 타자였다. 커리어 동안 3할 타율이 한 번도 없었지만 29홈런 이상 시즌이 3번, 40홈런도 한 번 기록했다. 올 시즌 출발은 조금 다르다. 홈런이 아닌 타율과 타점에서 호성적을 거뒀다. 4월 홈런이 3개(시즌 17홈런 페이스)에 불과했지만, 타율이 0.395에 달했다. 타점도 24경기 27타점으로 경기당 1타점 이상을 꾸준히 쌓았다.
타구의 성격이 달라졌다. 지난해까지 뜬공이 땅볼과 비슷하거나 많았던 그는 올 시즌 땅볼 비율이 두 배(뜬공/땅볼 비율 0.43·30일 기준) 가까이 올랐다. 스포츠통계 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타구 방향도 지난해 왼쪽 타구 104개, 오른쪽 타구 151개에서 올해 44개·48개로 밀어치는 타구가 늘어났다.
한유섬은 지난 4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작년 후반기에 좋았던 감을 토대로 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그 느낌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준비했다. 그게 시즌 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또 예전에는 어떤 상황이든 항상 풀스윙했는데, 지금은 누상의 주자 위치, 아웃 카운트, 경기 스코어 등 상황을 읽고 맞는 스윙을 하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행운도 일부 따랐다. 올 시즌 그의 BABIP는 0.398에 달해 커리어 평균(0.310)을 한창 상회한다. BABIP가 결국 커리어 평균에 수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높은 타율도 결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당겨서 더 강한 타구를 치는 게 아닌 밀어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앞으로 만들어내는 약한 타구가 안타가 아닌 범타가 될 확률도 있다.
실제로 쾌조의 출발을 보였던 한유섬은 5월 들어 급격히 부진을 겪었다. 지난 1일부터 25일까지 타율이 0.176에 불과했다. 타점도 4월의 절반 이하인 10타점뿐이었다. 20일부터는 5경기 연속 무안타의 부진도 이어졌다. 4할에 육박하던 타율도 0.299까지 떨어졌다.
5월이 끝나가는 시점, 그는 서서히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고 있다. 한유섬은 지난 26일 3안타 2타점을 시작으로 27일 3안타 1타점, 28일 1안타 1타점으로 매 경기 타점을 신고하고 있다. 29일 활약으로 4일 만에 8타점을 기록하며 시즌 45타점으로 다시 타점 선두에 올랐다.
한유섬이 살아난 SSG는 최근 10경기 8승 2패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2위 키움 히어로즈와 승차는 5경기. 5월을 한 경기만 남긴 SSG는 6월부터 마무리 김택형과 국내 원투펀치 박종훈, 문승원 등이 차례로 복귀할 전망이다. 한유섬의 성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활약 덕에 SSG는 고비였던 5월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치고 나갈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