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 마무리'에서 '초보 외야수'로 전환한 하재훈(32·SSG 랜더스)이 1군 무대에 연착륙하고 있다.
하재훈은 지난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를 기록했다. 올 시즌 야수로 전환한 그가 기록한 첫 멀티 히트 경기였다.
특히 3회 초 LG 선발 김윤식을 상대로 쏘아 올린 솔로 홈런이 압권이었다. 시속 138㎞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긴 타구는 낮은 탄도로 110m를 날아가 왼쪽 담장 너머로 꽂혔다.
KBO리그에서 '타자 하재훈'은 새 얼굴이다. 2019년만 해도 그는 팀의 수호신이었다. 36세이브(리그 1위)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 그해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그러나 이듬해 찾아온 어깨 부상이 하재훈을 괴롭혔다.
부상으로 고민하던 하재훈은 본래 자리였던 외야수로 돌아왔다. 그는 마산 용마고 시절 포수와 외야수였고, 미국 마이너리그로 건너간 후에는 2014년까지 외야수로 뛰었다. 타격 침체로 2015년 투수로 전향한 적도 있었지만, 일본 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즈(2016년),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2017~2018년)에서도 주로 외야수로 뛰었다.
김원형 SSG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하재훈의 타구 속도는 어느 외국인 타자 못지않다"고 칭찬했다. 문제는 경험이었다. 하재훈은 4년 동안 프로 투수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외야 수비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1군 콜업까지 한 달 반이 걸린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도 성과가 괜찮다. 12경기에 나선 그는 타율 0.269 2홈런을 기록 중이다. 상대 사령탑이었던 류지현 LG 감독은 그를 보고 "참 재능 있는 선수다. 스윙 궤적이 왼손 투수에게 잘 맞아 4일 7회 초 상황(2사 1·2루)에서는 하재훈 타석에 오른손 투수 김진성을 올려야 했다"며 경계했다.
2군에서 갈고 닦은 수비도 준수하다. 조동화 SSG 외야 수비 코치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하재훈의 수비 감각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체 밸런스와 포구 동작 개선에 집중했다. 투수와 야수는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 부상을 조심하면서 서서히 보완했다"며 "1군 콜업 후 다시 보니 정말 좋아졌더라. 폭발력 있는 스피드에 포구까지 개선됐다. 2군에서 이대수, 임재현 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훈련에 매진한 덕분이다. 주전 외야수가 되기에 충분한 실력”이라고 칭찬했다.
김원형 감독도 “(하재훈이) 기대 이상이다. 콜업했을 때 적응하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첫 타석 안타를 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수비에서도 정말 열심히 뛰어다닌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원형 감독은 “재훈이에게 연장전 때 투수로 등판하면 어떻겠냐고 농담했더니 '마운드에 올라가면 저도 모르게 투수 마음으로 돌아가 (전력으로) 던지게 되고, 그러다 아플 것 같습니다'라고 거절하더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