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 재수생' LG 트윈스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33)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서건창은 지난 4일 오른 복사근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류지현 LG 감독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결과에 따르면 큰 문제는 아니지만, 엔트리에서 빠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건창은 올 시즌 처음 1군을 비웠다.
이번 부상을 제외하면 서건창이 올 시즌 크게 다친 적이 없다. 그러나 규정타석에 한참 모자라다. 총 47경기에서 타율 0.212로 상당히 부진해서다. 프로 데뷔 후 최저 타율이다. 6일 기준으로 150타석 이상을 소화한 63명 중 59위에 해당한다.
2012년 신인왕 서건창은 2014년 KBO리그 통산 처음으로 시즌 200안타를 달성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품에 안았다. 2015~2019년 타율 0.319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서건창은 키움 히어로즈에 몸담고 있던 2021년 연봉을 스스로 낮췄다. 2020년 연봉(3억 5000만원)에서 무려 35.7% 삭감한 2억 2500만원에 계약했다. FA 계약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포석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서건창의 전략은 실패했다. '윈나우'를 천명한 LG가 서건창을 트레이드 영입하면서 이 계획은 어그러졌다. 서건창이 키움에 계속 남았더라면 B 등급(직전 시즌 연봉 100%와 25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직전 연봉 200%)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LG로 옮기면서 A 등급(직전 시즌 연봉 200%와 20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직전 시즌 연봉 300% 보상)으로 바뀌었다. 보상 수준이 올라가면서 서건창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무엇보다 성적이 크게 부진했다. 도쿄올림픽 휴식기 때 선발 투수 정찬헌을 키움에 내주면서까지 서건창을 데려온 LG의 실망감도 컸다. 서건창은 이적 후 68경기에서 타율이 0.247로 그쳤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LG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서건창도 고심 끝에 FA 권리 행사를 1년 미루기로 했다. 올 시즌 기량과 명예를 회복해, 더 나은 상황에서 FA 계약을 맺으려고 했다.
추운 겨울을 보낸 서건창은 따뜻한 봄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류지현 감독은 지난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서건창의 타율이 낮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하위 타순에서 상위 타순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잘해주면 타선에 조직력이 생긴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서건창은 이날 2회 희생번트 작전 실패, 5회 주루사로 찬물을 끼얹었다. 다음날 부상으로 교체됐다.
남은 시즌 전망도 어둡다. 시범경기 홈런왕(6개) 출신의 송찬의가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서건창이 한동안 벤치를 지켰다. 송찬의는 타격과 장타력에서 경쟁력을 선보였다. 새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의 영입도 서건창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 가르시아는 2루수와 3루수로 뛴 경험이 많다. 류지현 감독은 "가르시아가 내야 여러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여서 굉장히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