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배두나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린 왜 이런 말에 감명받을까”[일문일답]
일간스포츠

입력 2022.06.08 15:52

정진영 기자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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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줘서 고마워.” 영화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로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 없이 어른이 된 이들을 위로하는 이 대사는 이상하게 ‘브로커’ 속 주인공들 같은 특별한 경험이 없는 우리네에게도 위안이 된다.

 
8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취재진과 만난 배우 배두나는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묵직한 한 마디가 준 감동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메시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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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인형’ 이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다시 만났다.
“2009년에 ‘공기인형’을 찍었고 작년에 ‘브로커’를 찍었다.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감독님은 여전하더라. ‘맞다, 감독님이랑 일하면 이런 느낌이었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그런 시간이었다.”
 
-어떤 점이 여전하던가.
“테이크를 많이 안 간다. 사실 나는 테이크를 많이 가져가는 감독님들과 초창기에 작업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공기인형’을 찍을 때는 ‘정말 이게 맞는 거냐’, ‘만족하신 게 맞느냐’고 몇 번이나 물어봤다. 이번 영화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아기랑 촬영하는 장면이 있었다. 아기가 피곤하니까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이야기가 나왔다. 아기가 보이지 않는 각도로 하고 인형을 들고 할까 그런 제안도 나왔다. 그런데 감독님이 ‘아기의 등도 연기를 한다’고 하더라. 그 말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정말 등도 연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치를 알아봐 주는 분과 12년여 만에 다시 작업할 수 있어 행복했다. 너무나 즐거운 작업이었다.”
 
-‘브로커’가 칸영화제에 초대됐는데 레드카펫에 함께 못 섰다. 아쉬웠겠다.
“아쉬움은 컸지만, 촬영장에서 기사도 찾아보고 사진도 보면서 함께 즐겼다. 내가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되게 좋아한다 사실. (웃음) 멋있게 딱 입고 갔으면 좋았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같이 동고동락하던 사람들이 레드카펫 위에서 빛나는 걸 보는 게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레드카펫 끝나고 나한테 이메일을 한 통 보냈다. ‘공식행사 잘 끝났다. 함께 걷기 위해서 턱시도 안에 스티커를 붙였다’면서 턱시도 안 사진을 보내줬는데, 거기에 내 사진이 있었다. 되게 짧은 이메일이었는데 감동적이고 고마웠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일본어로 쓴 오리지널 대본을 요청해 함께 읽는 시간을 가졌다고 들었다.
“사실은 대본이 여러 번 바뀌었다. 감독님이 영감을 받는 대로 계속 대본이 바뀌었고, 나는 ‘공기인형’ 때도 작업을 같이 해봤으니까 촬영 전까지 계속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완고가 나왔는데 어렵더라. 배우가 하는 일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진짜로 현실에 있을 것 같아지도록 만드는 거잖나. 그러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 지점에서 약간 어려움을 느껴서 일본어 대본을 요청했다. 내가 연기한 수진은 스토리를 끌고 가는 역이 아니다. 대사가 많지 않아서 한 마디, 한 마디에서 그의 인생과 백그라운드에 대한 힌트를 얻어야 하는데 ‘이런 말을?’, ‘이런 사람인가?’ 싶게 알쏭달쏭했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일본어 대본을 봤는데 미묘하게 뉘앙스가 다른 부분들이 있더라. 감독님과 그 부분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몰입할 수 있었다.”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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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대사 있나.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 우리는 왜 그런 말 한마디에 위안을 받을까. 참 현대인들의 삶이란. (웃음) 그 장면 대본 리딩을 할 때 되게 힐링을 받았던 기분이 든다. 사실 나는 아직 영화를 못 봐서 그 장면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되게 좋았다. 꼭 나한테 해주는 말 같았다. 아마도 감독님이 관객들 모두에게 하는 말이겠지.”
 
-아이유가 캐스팅 제안을 받고 전화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자기가 소영 역이라고 말을 안 하더라. 그냥 ‘이런 작품이 들어왔다’고 하기에 나는 소영 역이라고 확신을 했고, 무조건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넵, 무조건 하겠습니다’라고 하더라. 이 무슨 무뚝뚝한 여자들의 대화인지. (웃음) 감독님이 어떤 스타일이라는 걸 말해줬고, 감독님 믿고 맡기면 될 거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감독님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엄청 멋있고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문제를 가지고 있고 지질해 보이기도 한다. 그 모자라는 부분을 서로 채워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공기인형’의 큰 주제도 ‘인간은 홀로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감독님 영화에 나오는 모든 사람이 그런 것 같다. 조금씩 허물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가족이 될 때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 그것이 나는 큰 힐링이라고 생각한다.”
 
정진영 기자 chung.j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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