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뒤 은퇴하는 롯데 이대호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다른 팀들은 우승을 하기 위해서 전력을 많이 갖춰나가는데, 우리 팀은 보강이 없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우익수를 맡았던 손아섭이 NC 다이노스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한 것을 아쉬워했다. 롯데와 협상이 원활하지 않았던 손아섭은 NC와 4년 최대 64억원에 계약했다.
손아섭의 공백은 롯데의 취약점이다.
외야수는 기본적으로 타격을 우선시한다. 장타력이나 콘택트 능력 중 확실한 강점이 필요하다. 발이 빠르거나 수비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타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롯데의 A 코치도 비시즌 외야 경쟁을 두고 "일단 타격이 첫 번째"라고 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무한 경쟁과 육성을 통한 새 얼굴 찾기에 주력했다.
지금까지 롯데 우익수들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올 시즌 롯데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선수의 전체 타율은 0.194에 불과하다. 나머지 9개 구단의 선발 우익수 포지션의 타율(0.284)보다 상당히 낮다. 상위권에서 경쟁 중인 KIA 타이거즈(0.322) SSG 랜더스(0.320) LG 트윈스(0.319)의 선발 우익수 타율은 3할을 가뿐히 넘는다.
반면 롯데는 우익수로 나선 적이 있는 고승민(시즌 타율 0.196)과 조세진(0.167)과 추재현(0.192), 신용수(0.050) 모두 부진하다. 2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는 아무도 없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모두 올 시즌 최소 2번씩 2군에 머물렀다.
서튼 감독은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하고, 1~2군 선수를 바꿔가며 기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땅히 새 얼굴을 찾지 못했다. 전준우의 부상 복귀로 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는 전준우(좌익수)-황성빈(중견수)-DJ 피터스(우익수)로 외야 라인업을 구성했다. 최근 활력을 불어넣는 황성빈이 중견수로 나서면서 피터스가 우익수로 옮겼다. 황성빈은 올해 1군에 데뷔한 입단 3년 차로 공수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는 우익수 고승민이 황당한 실책을 저질렀다. 고승민은 2-1로 앞선 7회 말 이형종의 타구를 페어지역 안에서 잡으려다 놓쳤다. 1루심은 안타를 선언했다. 하지만 고승민은 심판의 제스처를 보지 못한 채 스스로 파울이라고 판단, 떨어진 공을 잡아 볼보이에게 던졌다. 심판진은 야구 규칙에 따라 이형종에게 2개 베이스 안전 진루권을 부여, 2-2 동점이 됐다.
이 경기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2-2 무승부로 끝났다. 1승이 절실한 롯데로서는 고승민의 어이없는 플레이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서튼 감독은 "문책성 교체는 아니다"라며 고승민을 감쌌지만, 결국 지난 6일 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지난겨울 롯데는 손아섭과 FA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우익수 포지션에 새 얼굴을 채워 넣겠다는 계산을 했다. 투자 대비 효과를 고려한 롯데의 선택이다. 지금까지는 공수를 모두 갖춘 후보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