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가 2군으로 내려간 케빈 크론(29)의 대체자를 생각지 못한 곳에서 찾았다. 거포 유망주 전의산(22)이다.
SSG는 지난 8일 부진에 빠져 있던 크론을 "자신감이 떨어졌다"며 말소했다. 1군에 전문 1루수를 따로 두지 않았던 김원형 SSG 감독이 선택한 건 거포 유망주 전의산이었다.
전의산은 지난 2020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SK 와이번스(SSG의 전신)에 지명됐다. 고교 시절부터 거포 포수로 유명했던 그는 경남고 동기 최준용에 밀려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하지 못했지만, 거포 육성에 일가견이 있던 SK의 부름을 받았다. 입단 후 퓨처스리그에서 3루수, 외야수 등 여러 포지션을 고려한 끝에 1루로 최종 정착해 성장해왔다. 퓨처스리그 통산 타율이 0.240에 그쳤지만, 장타율은 0.438로 준수했다.
눈에 띄게 돋보였던 2군 성적은 아니었지만, 콜업 후 '1군 체질'임을 증명하고 있다. 8일 처음 출장한 후 4경기 타율이 0.467(16타수 7안타)에 달한다. 특히 지난 11일 한화전에서는 3안타를 몰아쳤고, 동점 홈런을 허용 후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었던 8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결정적인 안타로 역전 적시타까지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냈다.
전의산은 경기 후 “중심 타자로 출장해도 부담보다는 맡은 자리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타격감은 투수와의 타이밍에만 집중하고 있다. 1군에서 타격이 잘 될 것이라고 예상 못 했는데, 2군에서 연습한 부분들이 잘 나와 기분 좋다”고 말했다.
전의산에게는 마음속 라이벌이 있다. 그는 상대해보고 싶은 1군 투수로 고교 동기 최준용을 지목했다. 현 롯데 마무리인 최준용과 전의산은 고교 시절 에이스와 주전 포수로 배터리를 이뤘다. 전의산은 “준용이는 고등학교 때도 워낙 공이 좋았던 선수다. 한번 붙어보고 싶다. 프로 와서 던지는 걸 한 번 봤는데 여전히 공이 좋았다”며 “포수로서 많이 본 공이긴 했지만, 타자로는 붙어봐야 안다. 개인적으로 연락할 때도 한번 붙어보자는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한화는 전의산을 상대로 시프트를 걸었지만, 전의산이 2루타를 쳐내며 이를 돌파했다. 전의산은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시프트가 걸렸고, 오히려 시프트 덕분에 안타가 됐다”고 돌아보며 “상대 견제에 대해 아직은 의식하지 않는다. 그저 '공 보고 공 치기'를 하자고 생각하면서 타석에 임한다. 공만 정확하게 맞추자고 생각 중이다. 1군 투수들은 변화구도 크게 휘고 눈앞에서 없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정확하게 맞추는 것에만 집중해 대처해 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