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홍창기(29)는 탁월한 선구안을 지녔다. 자신만의 존을 설정해, 스트라이크와 볼을 잘 구분한다. 타격 완성도까지 높여가며 매력을 더해가고 있다. 이런 활약으로 지난해 출루왕(0.456)에 올랐다.
홍창기는 올 시즌 부상으로 출발이 조금 늦었지만 역시나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팀 리드오프를 맡아 5월까지 타율 0.324를 기록했다.
다만 낮아진 출루율이 아쉬움을 남겼다. 올 시즌 개막 후 5월까지 출루율은 0.392였다. 리그 평균보다 훨씬 높았지만, 지난해 0.456의 높은 출루율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쳤다.
홍창기의 '출루 머신' 본능이 깨어났다. 6월 1일부터 11일까지 기록한 출루율이 0.480이다.
눈 야구가 살아난 덕분이다. 지난해 홍창기의 타석당 볼넷은 0.17개였다. 올해 4~5월 0.09개로 떨어졌다가 이달 0.18개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5월 25경기 116타석에서 4사구 12개를 얻었는데, 이달 10경기 50타석에서 4사구 13개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공을 볼을 잘 고른다는 의미다.
타석에서도 더 끈질기게 승부하고 있다. 개막 후 5월까지 타석당 투구 수는 4.17개였는데 이달 4.60개로 높아졌다. 상대 투수로 하여금 더 많은 공을 던지도록 하는 것이다.
홍창기는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 1회 말 선두 타자 안타로 출루해 오지환의 내야 땅볼 때 결승 득점을 기록했다. 2회에는 1사 2, 3루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누상을 꽉 채워, 박해민의 만루 홈런 발판을 놓았다. 11일에는 1회 선두 타자 볼넷으로 걸어 나가 김현수의 내야 땅볼 때 선취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12일 두산과 경기에서는 1회 몸에 맞는 공으로 걸어나가 득점에 성공했고, 5회 결승 2타점 3루타로 분위기를 바꿨다. 5월 31일 기준으로 12위였던 홍창기의 출루율 순위는 어느덧 2위(0.410)까지 올라왔다.
홍창기의 이런 역할은 팀 타선의 활력소가 된다. 3번 김현수와 5번 오지환이 각각 결승타 7개와 9개를 뽑아, 부문 공동 2위와 1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견인했다. 또 박해민이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나도록 도왔다.
박해민은 "(홍)창기가 하도 많이 출루해 투수가 날 상대할 때 세트 포지션으로 바뀐다. 난 와인드업에 타이밍을 맞춰 놓았는데"라고 했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와인드업을 통해 공을 던지던 투수가 리드오프 홍창기가 출루하면 도루 등에 대비해 세트 포지션 상태에 투구함에 따라 후속 타자 박해민으로선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러나 장점이 더 크다. 박해민은 "앞에서 (홍)창기가 공을 많이 봐준다. 투구 수를 늘려줘서 타이밍을 잡기가 용이하다"고 말한다.
홍창기의 출루가 늘어나면 LG의 득점 확률이 높아지고, 후속 타자의 활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