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일본에 0-3 완패했다. 한·일전 역사에 남을 ‘참사’다.
황선홍(54)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위치한 파흐타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졌다. 한국 23세 이하 대표팀이 일본에 3골 차 이상으로 패배한 건 지난 199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한국은 도쿄에서 진행된 친선경기에서 1-4로 졌다.
일본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특유의 섬세한 패스 플레이로 한국 수비를 뚫어내며 슛 기회를 만들었다. 일본은 이날 15개 슛을 시도해 9개의 유효 슛을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유효 슛이 2개(슛 12개)였다. 일본의 총공세에 점수가 0-3으로 벌어지자 한국 선수들은 일찌감치 경기를 포기한 듯 페널티 박스 안에서도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다. 한국은 실전 경험이 부족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황선홍 호'는 대회 직전에 평가전을 치르지 못했다. 황 감독 부임 후 한 달 만인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대회 예선 3경기가 황선홍 감독 체제에서 치렀던 유일한 실전 경기였다. 이후 세 차례 국내 소집 훈련(경주, 제주, 강릉)만 했다.
선수 차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대회는 선수 의무 차출 규정이 없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의 6월 4연전 일정과도 겹쳤다. 23세 이하 대표팀의 핵심 공격 자원인 엄원상(울산 현대)은 출국을 앞두고 ‘벤투 호’에 합류했다. 황선홍 감독은 양현준(강원FC)을 급하게 선발했다. 주축 수비수인 이한범(FC서울)도 대회 직전 부상으로 소집 해제됐다.
한국은 지난 2014년 대회 시작 이후 처음으로 4강에 가지 못했다. 팬들이 황선홍 호에 크게 실망한 건 일본의 라인업이 한국보다 2살 어린 21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일본은 2년 후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어린 선수들로 라인업을 짰다. 이들은 지난 3월 두바이컵에 출전하는 등 차근차근 호흡을 맞췄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이강인(22·마요르카)의 활약이었다. 이날 최전방 중앙 공격수로 나선 이강인은 특유의 드리블 능력으로 좋은 탈압박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 선수들은 발재간이 좋은 이강인을 파울로 끊어내기 바빴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 없이 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중원 싸움에서 밀려 이강인을 100% 활용하지 못했다.
이강인을 활용한 공격 전개가 후반에야 뒤늦게 나왔다는 점도 전술적인 실책으로 지적됐다. 후반에 투입된 권혁규(김천 상무)가 수비형 미드필더에 자리 잡으면서 대표팀 공격이 활발해졌다. 후방 라인이 안정감을 찾고 나서야 이강인은 전방 롱 패스 위주로 대표팀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전에 투입된 공격수 오세훈(시미즈)이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몇 차례 위협적인 상황은 만들었으나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