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 10년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참 열심히 달려왔다. 지난 2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MLB 개인 통산 1000이닝을 돌파,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박찬호(1993이닝)에 이어 두 번째 대기록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기간을 제외하면 매번 안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LA 다저스 소속이던 2019년과 2020년에는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톱 3에 이름을 올렸다. 통산 성적도 75승 4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로 준수하다.
류현진에게 빨간불이 켜진 건 지난해 후반기부터다. 전반기 3.56이었던 평균자책점이 후반기 5.50까지 악화했다. 그 결과 MLB 진출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시즌에서 4점대 평균자책점(4.37)으로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에도 처음 두 번의 등판에서 7과 3분의 1이닝 11실점 했다. 부상자명단(IL)에도 올랐다. 5월 중순 복귀 후 3경기에서 15와 3분의 2이닝 3실점으로 부활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화이트삭스전 직후 시즌 두 번째 IL에 등재됐다. 팔꿈치와 팔뚝 통증으로 인한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토론토의 상황을 류현진과 연결해 냉정하게 짚어봤다. 류현진이 빠진 선발 공백을 로스 스트리플링이 잘 메워주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이끄는 '쌍두마차' 케빈 가우스먼과 알렉 마노아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에이스로 기대가 됐던 호세 베리오스의 기복이 크다. 베리오스는 지난해 11월 토론토와 7년 총액 1억3100만 달러(1687억원)에 연장 계약을 했다. '수준급 5선발'이라고 판단해 비싼 몸값(3년, 3600만 달러·464억원)을 주고 영입한 기쿠치 유세이의 제구도 널을 뛴다.
토론토는 우승에 도전하는 '윈 나우' 팀이다. 그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공격력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다. 아쉬웠던 수비도 3루수 매트 채프먼을 영입해 한결 부드러워졌다. 불펜도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예상과 가장 다르게 흘러가는 부분은 선발진이다. "트레이드를 통해 로테이션을 보강할 수 있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토론토는 13일 기준으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에 올라 있다. 지구 3위 탬파베이 레이스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구 4위이자 전통의 강호 보스턴 레드삭스도 최근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시즌에는 포스트시즌(PS) 진출팀이 12개로 늘어난다. 그리고 정규시즌 승률이 PS 매치업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구 1위 3개 팀 중 상위 2개 팀은 가을야구 1라운드를 건너뛰어 유리하다. 나머지 지구 1위 1개 팀과 와일드카드 진출팀은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따라서 PS에 오르더라도 선발진이 약하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선발진의 뎁스(선수층)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만약 류현진의 부상이 장기화하면 토론토는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된 팀을 대상으로 트레이드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류현진이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부상에서 회복하면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기량과 경험을 갖췄기 때문이다. 가을야구 경험(9경기·41과 3분의 2이닝)도 있으니 토론토가 그를 버릴 이유는 없다.
결장 기간이 길어지면 마음이 급할 수 있다. 그럴수록 차분하게 부상 회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