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조로 믿음을 주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NC 다이노스 왼손 불펜 김영규(22)의 얘기다.
김영규는 16일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에서 패전 투수가 됐다. 2-1로 앞선 7회 초 1사 1루에서 등판해 3분의 2이닝 1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 했다. 2사 1, 2루에서 나성범에게 통한의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았고 NC는 2-4로 패했다.
경기 뒤 김영규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5.04로 악화했다. 4월 평균자책점 2.70으로 안정적인 출발을 보였지만 5월 5.91에 이어 6월 8.53으로 월별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시즌 피홈런 3개가 모두 결정적인 순간 나왔다. 4월 23일 수원 KT 위즈전에선 2-1로 앞선 8회 말 1사 후 대타 김병희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NC는 8회 원종현이 박병호에게 투런 홈런까지 맞고 3-4로 무릎 꿇었다. 5월 25일 창원 KT전에서도 2-1로 앞선 9회 초 2사 1루에서 박병호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16일 나성범의 스리런 홈런까지 '피홈런=패전' 공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순간 반복적으로 피홈런에 무너졌다.
김영규의 더 큰 문제는 승계 주자 실점이다. 김영규의 시즌 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기출루자 득점 허용률)는 42.9%(리그 평균 34.8%)이다. IRS는 불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1루 주자와 3루 주자의 가치를 동일하게 평가한다는 맹점이 있지만 앞선 투수의 책임 주자를 얼마나 잘 막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김영규는 28명의 승계 주자(IR) 중 무려 12명(IRR)의 득점을 허용했다. 리그 내 IR이 20명 이상인 불펜 투수 7명 중 IRS가 40%를 넘는 건 김영규와 주현상(한화 이글스·50%)뿐이다.
올 시즌 NC의 왼손 불펜은 여유가 많지 않다. 필승조 임정호가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김영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 결과 하준영과 함께 승부처에 마운드를 밟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를 밑돈다. 대부분의 투구 데이터에 빨간불이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