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러시아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와 함께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정학적 위기와 봉쇄 여파로 갈수록 가중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돌파할 근본적인 해법으로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꼽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18일 오전 전세기 편을 이용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을 통해 귀국했다. 노타이에 짙은 남색 정장 차림의 이 부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 소감에 대해 "한국에서는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까 러시아랑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며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며 국내외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유럽을 찾은 건 2020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지난 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11박 12일간 헝가리와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프랑스 등을 돌면서 사업 주요 파트너들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일정과 관련해 "헝가리의 배터리 공장, BMW 고객 등을 만났다, 전장 회사인 하만 카돈도 갔었다"며 "몸은 피곤했지만, 자동차 업계의 변화, 급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제일 중요한 것은 ASML과 반도체연구소에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느낄 수 있었다"며 출장 성과를 소개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반도체 장비 확보와 인수·합병(M&A) 관련 성과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ASML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 공정 구현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EUV 장비 수급이 필수다. 업계는 이 부회장이 EUV 노광장비 확보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