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대표 '거포' 박병호(36·KT 위즈)가 대기록 달성에 다가섰다. '9년 연속' 20홈런(단일시즌 기준)까지 단 1홈런만 남겨두고 있다.
박병호는 20일 기준으로 홈런 19개를 기록하며, 올 시즌 KBO리그 홈런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2위 김현수(LG 트윈스)에 6개 차로 앞서 있다. 5월에만 11홈런을 몰아친 박병호는 6월 1~2주 차는 타격 사이클이 하향 곡선을 그렸지만, 지난주 홈런 2개를 추가하며 다시 반등했다.
KT는 지난겨울 스토브리그에서 키움 히어로즈의 대표 타자였던 박병호를 영입했다. 그의 타율이 2년(2020~2021) 연속 2할대 초반에 그쳤고, 홈런도 20개를 간신히 넘은 탓에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경기력 저하)가 우려됐지만, 약점이었던 장타력을 보강하기 위해 보상금(22억 5000만원) 포함 52억 5000만원을 투자했다.
당시 계약을 주도한 이숭용 전 단장은 "우타자에게 유리한 KT위즈파크에서는 30홈런 이상 칠 수 있는 선수"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이강철 감독도 철저한 자기 관리와 프로 정신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박병호를 향해 "이미 몸값을 해낸 선수"라고 극찬했다.
박병호가 홈런 레이스를 주도할 것으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홈런 20개만 기록해도 실패하지 않은 계약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박병호는 개막을 앞두고 "최근 두 시즌 부진으로 저평가 받게 된 것을 인정하지만, 나 자신마저 눈을 낮추면 안 된다. 20홈런으로 만족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병호는 개막 뒤 보란 듯이 홈런 쇼를 펼쳤다. 개인 통산 6번째 홈런왕을 향해 순항 중이다. '국민 타자' 이승엽이 갖고 있던 종전 기록(8년)을 넘어, 역대 최초로 9년 연속(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016·2017년은 제외) 20홈런 달성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새 역사가 언제, 어떤 경기에서 쓰일지 관심이 모이는 상황. 금주 첫 경기부터 흥미로운 매치업이 성사됐다. KT는 21일부터 NC 다이노스와 주중 3연전을 펼치는데, NC가 1차전 선발 투수로 이재학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2013년 이후 이재학을 상대로 통산 타율 0.256를 기록했다. 홈런은 2개, 장타율은 0.410이었다. 이 정도면 평범한 성적.
눈길을 끄는 기록은 삼진이다. 무려 18개나 당했다. 이 기간 상대한 리그 투수 중 가장 많았다. 박병호를 상대로 두 자릿수 이상 탈삼진을 뽑아낸 투수는 많지 않다. 박병호가 이재학과 유형(사이드암)이 같은 투수에게 크게 약한 것도 아니었다. 이 기간 사이드암 투수 상대 타율은 0.292, 장타율은 0.563를 기록했다.
박병호가 대기록 달성은 눈앞에 두고 까다로운 투수와 주중 첫 경기부터 만난다. 지난달 26일 나선 이재학과의 올 시즌 첫 대결에서는 삼진 없이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