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에서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평균 스피드 증가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마추어 투수들의 구속도 늘어났다고 한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이 대표적이다. 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그의 포심 패스트볼 최고 스피드는 시속 159㎞를 찍었다. 안우진이 이날 5이닝 5피안타 1실점(0자책)을 기록하며 총 90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시속 150㎞ 이하의 직구는 단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이날 최고 스피드였던 159㎞의 공은 투구 수 85개를 넘긴 5회 초에 던졌다. 슬라이드 최고 구속은 웬만한 투수의 직구에 버금가는 시속 148㎞였다.
이날 경기에선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도 최고 시속 156㎞의 포심 패스트볼을 자랑했다. 140㎞대 직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둘은 150㎞ 이상의 직구를 던지는 KBO리그 정상급 투수들이다. 이들은 과거 선동열, 고(故) 최동원보다도 더 빠른 공을 던진다. 그러나 위압감은 선배들에 비하면 훨씬 떨어진다.
선동열은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최동원은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가 주 무기였다. 요즘 선발 투수는 3~4가지 구종을 구사하지만, 선동열과 최동원은 두 가지 구종만으로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선동열과 최동원은 강속구로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완벽한 위닝샷이 있었고, 제구까지 좋았다. 타자가 치기 까다롭게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 낮게 던졌다.
스피드는 투수의 로망이다. 더 빠른 공을 던지길 갈망한다. 요즘 투수들은 과거에 비해 체격이 좋아졌다. 이로 인해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제구력과 스피드는 상관관계가 없다. 여러 구종을 던지면서도 타자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제구력이다. 150㎞대 빠른 공을 던져도 제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강속구를 던지면서도, 조용히 사라진 선수가 얼마나 많았은가. 제구력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건 집중력이다. 선수 스스로 집중력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프로 코치나 아마추어 지도자들이 집중력을 꼭 강조해야 한다.
공만 빠르다고 모두 투수가 아니다. 특히 선동열은 공 스피드나 제구 외에도 번트 수비와 견제, 경기 운영 능력까지 모두 뛰어났다. 공은 빨라도 제구력이 부족하면, 이용규(키움) 같은 콘택트가 좋은 타자를 상대할 때 고전하기 십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대표적인 강속구 투수 게릿 콜(뉴욕 양키스)과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도 최근 고개를 떨궜다. 콜은 지난 10일(한국시간) 미네소트 트윈스전에서 2와 3분의 1이닝 동안 8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개인 한 경기 최다 피홈런(5개)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158㎞ 직구를 던져 홈런을 맞았다. 오타니는 지난 3일 양키스전에서 3이닝 동안 피홈런 3개 포함 4실점 했다. 역시나 시속 157㎞ 빠른 공도 얻어맞아 홈런을 내줬다. 둘 다 가운데로 몰린 공이었다. 공이 아무리 빨라도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타자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제구력만 뒷받침되면 얼마나 좋겠나. 그럼 한국 야구의 수준과 위상이 더 올라갈 수 있다. 선수들이 스피드에만 신경 쓰지 말고, 집중력을 갖고 제구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