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매일 '전쟁터'에 나간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2.06.23 05:30 수정 2022.06.23 18:33

배중현 기자
2022 KBO리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회말 1사 이정후가 솔로 홈런을 치고 홈인해 챔피언벨트를 들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2022 KBO리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회말 1사 이정후가 솔로 홈런을 치고 홈인해 챔피언벨트를 들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는 '이정후'다.
 
이정후는 지난주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였다. 6경기에 출전, 타율 0.429(21타수 9안타) 2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장타율(0.714)과 출루율(0.538)을 합한 OPS가 1.252로 20타석 소화 기준 리그 1위. 17~18일 열린 LG 트윈스전에선 이틀 연속 3안타를 몰아치기도 했다.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는 6월 셋째 주 최우수선수(MVP)로 이정후를 선정했다. 이정후는 "6월 들어 타격 리듬이나 밸런스가 많이 잡혔다. 팀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데 이렇게 주간 MVP까지 타게 돼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이정후의 타격은 기복이 거의 없다. 2017년 데뷔 후 5년 연속 '규정 타석 3할'을 달성했다. 흔들림 없는 '타격 기계'지만 이달 초 잠시 부침을 겪었다. 지난 3일부터 7경기 타율이 0.250(28타수 7안타)에 머물렀다. 꼬박꼬박 출루는 했지만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은 아니었다.
 
그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1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5타수 4안타(2홈런) 7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프로 첫 만루 홈런과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렸고,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점(종전 6타점)까지 경신했다. 이정후는 "이 경기 전까지 (타석에서의) 리듬이나 밸런스가 잡히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며 "KIA 3연전(10~12일)에 들어가기 전 강병식·오윤 타격 코치께서 내가 좋았을 때의 모습을 이야기해주셨다. 그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연습하니 리듬과 밸런스가 잡힌 것 같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정후의 올 시즌 타구 속도는 139.5㎞/h(인플레이 타구, 20일 기준)다. 지난 시즌보다 1.9㎞/h가 빨라진 데뷔 후 최고 수치. 적절한 발사각이 어우러지면서 홈런을 벌써 12개나 때려냈다. 전반기도 마치기 전에 지난해 기록한 7개를 넘어섰다. 2020년 달성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15개)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페이스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이종범 LG 트윈스 퓨처스 감독)가 '홈런은 치려고 하지 않아도 나이를 먹으면 힘이 붙어 나올 거'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씀이 맞는 것 같다"며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힘이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타구 속도가 올라간 것 같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이유도 동일하다"고 했다.
 
2022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5월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1사 2,3루 이정후가 2타점 역전 적시 3루타를 치고 포효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2022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5월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1사 2,3루 이정후가 2타점 역전 적시 3루타를 치고 포효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홈런만 잘 치는 게 아니다. 이정후는 3000타석 소화 기준 KBO리그 역대 타격 1위다. 시즌을 치르면 치를수록 '타격의 달인' 고(故) 장효조(0.331)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지난해 데뷔 첫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작년에 잘했다고 해서 올해도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 선수라면 항상 지난 시즌보다 잘하고 싶어 해야 하고, 거기에 걸맞은 노력을 해야 한다. 작년에 했던 걸 빨리 잊고 다음 시즌을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야 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결연한 각오로 매 경기를 나선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앞만 보고 뛰어간다. 그는 "시즌 중에는 단점을 보완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규시즌은 하루하루가 전쟁터다.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해서 수정하려고 하면 타석에서 투수에게 집중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투수와 싸우는 게 아니라 나와 싸우는 셈이다. 시즌 중에는 보완할 점이 있다고 해도 절대 수정하지 않는다. 연습 때 가벼운 변화는 줄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시즌이 끝나고 고민한다"고 강한 어조로 답했다.
 
키움의 간판타자 박병호는 지난겨울 KT 위즈로 이적했다. 수년간 팀을 이끌었던 그가 팀을 떠나면서 이정후를 향한 기대는 더 커졌다. 지난달 12일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가 전열에서 이탈한 뒤에는 임시 주장을 맡기도 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
 
이정후는 "부담은 없다. 물론 감독님이나 코치님, 팀 동료들이 내게 많은 기대를 하는 거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야말로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을 많이 믿고 있기 때문에 혼자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치지 않고 시즌을 마쳤으면 한다. 또 팀이 좋은 성적(21일 기준 리그 2위)을 내고 있는데, 이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게 더 잘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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